문화

사순 창작무용 선보인 최병규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6-02-19 13:50:00 수정일 2006-02-19 13:50:00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번 공연에는 안무와 연출, 출연까지 맡은 최병규씨(작은 사진) 외에도 서울예술단 단원 4명이 흔쾌히 힘을 모았다. 사진은 연습하는 모습.
“창조주에게 드리는 최고의 찬미는 무용”

소외되고 갈등하는 현대인 그려

공연시간 30분 성당 공연도 좋을듯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예술’. 국어사전이 말하는 무용의 정의다.

서울예술단에서 무용가겸 안무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병규(아우구스티노.39.서울 서초3동본당)씨가 말하는 무용은 거짓없는 몸짓으로 드러나는 ‘참’과 창작의 한계가 없는 ‘무한’이다. 특히 최씨는 무용은 창조주에게 드리는 최고의 ‘찬미’ 형태라고 강조한다.

최근 최씨는 이러한 몸짓을 엮어 사순창작무용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최씨는 지난해에도 부산 국제무용페스티벌에서 성체성사를 모티브로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그린 작품 ‘아버지의 몸’을 발표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섬-배반의 땅’을 제목으로 펼쳐진 이번 창작무용은 2월 15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교회음악콘서트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섬…’의 모티브는 ‘배반’이다.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한 이후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이어진 시간들은 배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히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최씨는 “현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배반’, 즉 서로를 소외시키고 외면하고, 무시하고, 갈등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며 “외롭고 좁은 공간 안에서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는 배신을 넘어선 통회를 희망한다”고 설명한다.

공연시간은 30분으로 집중적으로 몸짓을 풀어내 전혀 지루하지도 않다. 굳이 대형무대가 아니어도 연출 가능한 작품으로 조명시설만 있다면 각 성당에서 공연해도 좋을 듯 하다.

이번 공연에는 안무와 연출, 출연까지 맡은 최씨 외에도 서울예술단 단원 4명이 흔쾌히 힘을 모았다. 김동호(프란치스코), 장성희(마리아), 정윤숙(글라라), 김성연(마리스텔라)씨는 모두 해외 공연 등을 나설 때마다 성당을 찾아 헤매면서 서로가 신자임을 알아간 단원들이다.

후원자도, 예정된 공연무대도 없다. 음악과 의상디자인 등도 전문가들이 무상으로 도와줘 해결했다. 평소 자신의 달란트를 하느님 사업에 쓰고 싶은, 교회를 위한 봉사가 준비된 이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최씨는 이번 작품을 완성하면서 “더욱 많은 이들이 춤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읽어가길 바라는 신앙인으로서의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선입견 없이 작품의 순수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것이 이들 무용가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수준높은 창작무용의 장, 감동이든 비판이든 나름의 해석은 열린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한 뒤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공연 문의 02-2270-2645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