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숨이라도 막혀 버리면 좋겠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살아 있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나는 이제 사는 것이 지겹습니다」(욥기 7, 15∼16).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한 두 번쯤 「도대체 하느님은 왜 이런 고통을 주실까」라는 울부짖음과 함께 신앙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가난과 억압이 삶의 내용이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랑의 하느님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무고하게 사람들이 죽어 가고 무죄한 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마당에, 어떻게 생명과 정의의 하느님을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극히 선한 사람도, 유능하고 똑똑하며 다재다능한 사람도, 또 엄청난 권력과 재물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고통은 그 종류와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도 고통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신 분인데 도대체 세상의 고통은 왜 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 뜻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양명수 이화여대 교수가 1년 동안 대학 교회 신자들과 욥기를 공부하면서 얻은 영감들을 글로 옮긴 「욥이 말하다」(분도출판사/280쪽/1만원)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상징인 욥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현존하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분의 목소리를 기어이 듣고야 말겠다는 꿋꿋한 믿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다. 「고난의 신비와 신학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고난과 정의와 믿음의 문제에 대한 명상이기도 하다.
흔히 욥기를 「믿음의 책」이라고 하지만, 전체 42장 중 37장까지는 믿음 좋은 친구들에 대한 욥의 저항 이야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불행들. 욥은 그런 불행을 당한 후, 모든 신념과 신앙이 송두리째 흔들리지만, 결국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간다.
여기서 욥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인간이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고 긴 묵상의 과정과도 같다. 이는 고통은 구원의 기쁨을 얻기 위한 훌륭한 도구임을 강조하는 「고난의 신비」와 연결된다. 선하신 하느님은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허락할 뿐이라는 사실을 욥기를 통해 알 수 있다(욥 1, 12∼2, 6).
「죄 없이 망한 자가 있더냐」, 「어찌하여 악한 자들이 잘사는가」 등 모두 25장의 소주제로 구성된 책은 성서 해설서와 같은 안내서가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다. 인생의 문제를 욥기에 조명해, 문학으로서의 욥기와 우리가 당면한 고난의 문제를 관련지어 이해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서학자에게서는 듣지 못할, 저자의 체험을 통해 재해석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저작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피하고만 싶은 것 속에서 문득 나를 만나고 하느님을 대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고난의 신비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통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더이상 고통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