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이 오늘날 그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를 찾아본다면 무엇보다 그것이 엄청난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생명과학을 일컫는 이른바 바이오 테크놀로지(BT)는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엄청난 잠재적 부와 이익을 창출하는 정보기술(IT)과 함께 21세기의 첨단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과학이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의식이나 지침, 기준이 없이 고도의 상업성을 기반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연구와 실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과학과 관련된 연구를 규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일부 과학자들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같은 실험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기된 생명윤리안전법이 수년간의 입법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논란이 돼왔으나 또다시 입법이 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명과학에 대한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특히 게놈지도 완성, 줄기세포 연구 등으로 질병 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서 정부까지 적극 나서서 생명과학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른바 바이오벤처 기업과 대기업, 제약사 등에서 200여개 기업이 매년 2조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수의 재벌 기업들은 물론 정부에서도 향후 5년간 7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민간 부문의 투자와 함께 올해부터 2007년까지 총 5조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생명과학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특히 앞으로 600여개에 달하는 생명공학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오는 2010년에는 매년 연구개발 비용을 2조 4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대체로 지난 1998년경부터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복제 실험에 성공했다는 모 대학 의료원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시작된 생명공학 연구 개발의 본격적인 발걸음은 이후 유전자 조작 작물 개발과 소 복제 실험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인간 배아 줄기 세포에서 기대되는 엄청난 잠재적 이익을 좇아 배아 복제, 이종간 교잡 등의 금기시됐던 영역의 요구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실험의 한계를 확대해달라는 일부 생명공학자들과 산업계의 요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질병 치료라는 미명 아래, 결국은 관련 산업의 발전과 이익의 극대화라는 고도의 상업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추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생명과학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일부 생명과학자들의 주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세계를 통틀어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첨단 기술과 노하우가 바로
세기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생명과학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다. 그만큼 국가 경쟁력의 차원에서는 상당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연구에 있어서, 즉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윤리를 수호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생명과학 연구를 위한 어떤 연구나 실험도 지금껏 규제되거나 관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명윤리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동기 역시 지난 2000년 두 건의 배아 복제 성공 소식에 따라 시민 단체들이 일제히 이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던 배아 복제를 성공했다는 것은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가 얼마나 연구자 임의대로 이뤄져왔었던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생명과학 연구는 관련 산업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진행되어왔다. 즉 생명과학의 연구 결과는 그대로 이윤 추구를 위한 산업계의 전략과 이어지는 당연한 수순을 밟게 되며 결과적으로 연구 자체가 상업주의, 이익의 극대화를 지향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업성을 바탕으로 하는 그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이라든가 윤리 도덕적인 차원은 최대한 배제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