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른 명 남짓 산골 공소에 여섯 식구가 늘었어요”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8-08 수정일 2023-08-08 발행일 2023-08-13 제 335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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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어상천공소 
귀촌 결심한 3남매 가족들
한꺼번에 전입 앞두고 있어
공소 공동체에도 새 활기

원주교구 신백동본당 어상천공소 이환일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어상천공소에 전입을 앞둔 형제들이 7월 20일 공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원주교구 제천 신백동본당(주임 심한구 베드로 신부) 어상천공소(회장 이환일 다미아노)에 요즘 신바람이 나고 있다. 수원교구 광주 광남동본당에서 신앙생활하던 3남매가 한꺼번에 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첫째 김규형(요셉·63)·김성희(효주 아녜스·61)씨 부부, 둘째 김경애(세라피나·60)·윤주성(요셉·59)씨 부부, 셋째 김규원(실베스텔·57)·우민정(제노비아·51)씨 부부가 아버지 김인성(90)옹을 모시고 어상천공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이주하기 위해 한창 집을 짓고 있다. 1000평 대지 위에 3남매가 각각 살 단독주택 세 채를 9월 추석까지는 완공할 예정으로 원활하게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백동본당 주임 심한구 신부가 지난 6월 11일에 공사 현장을 찾아 대지 축복식을 주례하며 3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어상천공소 식구가 된 것을 환영했다.

어상천공소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해발 876미터 삼태산 아래 위치해 있는 공소로 꾸준히 미사에 나오는 신자가 20여 명, 가끔 나오는 신자를 포함한 평균 참례인원이 30여 명 정도인 아담한 공소다. 신자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한 공동체에 모두 천주교 신자인 3남매 6명이 찾아왔다는 것은 1986년 4월 20일 어상천공소 설립(초대 회장 김우영 에드워드) 이래 획기적인 ‘사건’이다. 아버지 김인성옹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3남매가 어상천에 정착하면 천주교에 입교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맏이인 김규형씨는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후에 저희 3남매가 결혼했고, 형제간에 한 번도 싸우거나 언성을 높인 적 없이 늘 모여서 살아 왔다”며 “남은 인생도 죽는 날까지 형제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고 싶은 생각에서 어상천으로 이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환일 공소회장은 “어상천공소를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으로 가꾸고 싶다는 저의 이상이 3남매를 만남으로써 이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건축 중인 집 세 채 가운데 중간 집에는 첫째 김규형·김성희씨 부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양 옆 집에 사는 동생들과 항상 모여서 식사를 할 계획이다.

신백동본당 주임 심한구 신부는 “요즘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을 찾아보기 점점 힘든 시대인데, 형제들이 연로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다 같이 모여 산다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