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Veritatis Splendor] 3 새 회칙 「진리의 광채」 해설

한홍순ㆍ교수ㆍ한국 외국어대학교 무역대학원장
입력일 2018-11-28 17:44:08 수정일 2018-11-28 17:44:08 발행일 1993-12-12 제 188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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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 보편·불변성 재천명

진리 망각한 자유사상 비판
제2장 ‘이 세상을 본뜨지 마시오’(로마 12,2) (28-83항)

새 회칙은 제2장을 ‘식별’에 할애하고 있다. 즉 새 회칙은 여기서 현대의 일부 윤리신학의 경향을 ‘건전한 가르침’(2티모 4,3)에 비추어 비판한다.

새 회칙은 여기서 자유와 진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새 회칙은 우선 자유를 그 조건이자 길인 진리와의 관계를 무시한 채 강조하는 경향을 문제 삼는다. 새 회칙은 제2장에서 진리를 벗어나서 그리고 진리를 거슬러서 자유를 내세움으로써 드러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특히 (1) 자연법, (2) 양심, (3) 근본 선택, (4) 윤리행위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 다룬다.

첫째 분야는 자연법 분야이다. 자유 자체를 가치의 원천으로 삼아 자연법을 배격하거나, 자연법을 생물학적 법칙으로 축소 해석함으로써 왜곡하거나, 자연법을 인간의 유일성과 반복 불가능성(보편법) 및 인간의 역사(불변법)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변질시키는 경향을 비판한다.

1) 자유와 법

여기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물음은 자유와 법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냐 아니면 결연을 맺고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새 회칙은 자유와 법은 상충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면서 이 물음에 대답한다. “선과 악을 결정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속하지 않고 하느님께만 속한다.…하느님의 법은 인간의 자유를 약화시키지 않으며 더군다나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그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한다.”(35항)

새 회칙은 이 대답을 현대 윤리신학의 일부 경향을 그리스도교 윤리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전개시킨다.

새 회칙은 자유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으로 그리하여 진리 자체도 자유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자유가 진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자유를 절대시하는 일부 현대 시조의 영향을 받아 현세 생활의 올바른 질서에 관한 윤리 규범 분야에서 인간 이성의 절대 주권을 이론화하여 윤리 질서와 구원의 질서를 철저하게 구별하고 이에 따라 계시가 특정한 윤리적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교회의 교도권이 이른바 ‘인간적 선’(37항 참조)에 관한 일정한 윤리규범에 대해 교리적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일부 현대윤리 신학의 경향을 비판한다.

이어 새 회칙은 참여적 신률(神律, theo-nomy)의 의미에서 진정한 윤리적 자율을 재천명한다. 사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즉 하느님의 지배권에 참여하는 자로 창조되었으며 이 지배권을 통해 이 세상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다스리도록 그리하여 자신의 창조주를 찾고 자유로이 완덕에 이르도록 불리운 것이다.

더욱이 인간 이성은 윤리법을 알아내고 이를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성은 “자신의 진리와 권위를 하느님의 지혜에 다름 아닌 영원법에서 끌어낸다.” (40항)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진정한 윤리적 자율은 교리는 인간에 대한 진리, 즉 인간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진리와의 관련하에서 상대적인 윤리적 자유임을 천명한다. 그것은 참여적 신률이다.“왜냐하면 하느님의 법에의 인간의 자유로운 순종은 실제로 인간의 이성과 의지가 하느님의 지혜와 섭리에 참여함을 뜻하기 때문이다.”(41항) 그리하여 “인간의 자유와 하느님의 법은 서로 만나며 서로 어울리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40항)

이러한 가르침은 자연법의 진정한 개념을 살펴볼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새 회칙은 이성적 피조물에 참여한 영원법에 비추어 자연적 윤리법을 재천명한다.(42-43항) 새 회칙은 이성과 인간법이 하느님의 지혜와 하느님의 법에 근본적으로 예속됨을 밝히면서 이 자연적 윤리법은 “하느님께서 시나이 산의 계명을 비롯 선택된 백성에게 주신 법”(44항)과 그것의 새 법에서의 완성(45항)안에서 발전함을 제시한다.

새 회칙은 전통적 개념의 자연법이 “이성적이며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성과 모든 윤리규범의 문화적 조건을 둘 다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채”(47항) 단지 생물학적 법칙에 불과한 것을 윤리법으로 제시한다고 비난하면서 특히 성윤리, 결혼윤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그 예로 들고 있는 일부 윤리신학자들의 주장을 비판한다.

새 회칙은 이러한 주장은 윤리적 행위를 그 육체적 차원과 분리시키는 것으로 영혼(자유)을 절대시하고 육체를 인간외적인 것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키는 것이며, 그 결과 “자유와 격하된 의미의 자연간의 긴장은 인간 자신의 분열에 의해 해결된다”(48항)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새 회칙은 영혼과 육체는 분리될 수 없으며 이들은 인간 안에서 있거나 넘어지거나 항상 함께 한다는 점, 영혼과 육체의 ‘통일된 전체’로서의 인간의 관점에서 봐야만 비로소 육체의 인간적 의미가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 자연법은 영혼과 육체의 통합체로서의 인간의 고유하고 본원적인 성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천명하면서 자연법의 보편성과 불변성을 강조한다.

한홍순ㆍ교수ㆍ한국 외국어대학교 무역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