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한 할머니(지타·75·서울 석촌동본당)가 평생 검소하게 살며 모은 돈 1억 원을 가난한 아이들의 학업 지원을 위해 써달라며 지난 10일 (재)바보의 나눔(이사장 조규만 주교)에 기부했다.
30년 전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홀로 3남매를 뒷바라지하며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할머니는 “아이들의 학비를 제때 내지 못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회상하며 “저는 비록 못 배웠지만, 아이들만큼은 배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기부를 결심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는 우연히 서울주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사목을 펼치는 사제들의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후 기부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도 할머니의 기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실 추기경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여러 매체를 통해 추기경님에 대해 알게 됐어요. 생전 어려운 이들의 곁에 계셨던 추기경님 뜻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조용히 기부하길 원했지만, 교회 내 나눔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곽성민 주임신부님의 뜻에 기부 사실을 알리게 됐다”며 “묵묵히 내 뜻을 따라 준 자식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