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 모 일간지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우선 신자들만이라도 진실을 알고 있어야겠기에 붓을 들게 되었다.
그 일간지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기간 중 라틴 아메리카에서 해방신학의 추인을 거부하고 미국에서는 기부금을 많이 제공하는 집단만을 편애하는 등 교회의 분열과 혼란만을 몰고왔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강이 악화되어 후임자를 뽑자는 논의가 제기되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교황의 가르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무어라고 교황을 폄하하든 교황의 그러한 가르침이 가난한 자들과 억눌린 자들을 해방시키고 교회와 세상의 분열과 혼란을 막는데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는 것은 교회 안팎에서 널리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인지 「타임」지가 지난해말 요한 바오로 2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교황이 도덕 가치가 쇠퇴하고 있는 이 시대에 올바른 삶의 비젼을 제시하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지칠줄 모르고 촉구한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는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8년 교황직에 오른이래 지금까지 63차례 해외여행을 통해 지구를 스무바퀴 이상 도는 거리인 80여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나서서 1백여개국을 순방한 것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들이 하느님과 일치하고 서로 일치하도록 하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그뜻이 있는 것이다.
교황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예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 교황의 와병설은 이미 교황청 대변인에 의해 공식적으로 부인된 바 있거니와 위의 모 일간지는 지난 달 12일 마닐라에 도착하는 교황의 모습을 외신들이 한결같이 허약하고 지친 모습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허약하고 지친 모습」이라는 주관적 표현은 아직도 지난해 낙상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노령의 교황이 13시간 비행 끝에 시차가 7시간이나 되는 마닐라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도하는 표현으로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마닐라 도착 직후 아무의 부축도 받지 않고 난간에 의지하며 트랩을 내려 오던 교황의 모습에서 강인한 체력과 오로지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력을 엿볼 수 있었을 뿐 허약하고 지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교황의 건강은 그 후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르는 연도에 환영나온 수백만 인파에 포트 모빌(방탄 유리덮개로 특수제작된 전용차)안에서 줄곧 서서 축복으로 답례한데서,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10차 세계청소년 대회,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6차총회, 마닐라 세부 카세레스 및 누에바 세고비아 교구설정 4백주년 기념 미사 등 연일 계속된 오전과 오후의 빡빡한 일정을, 때로는 한번에 대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정을 계단을 내려오실 때만 다소 부축을 받으실뿐 피곤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조금도 차질없이 수행한데서, 그리고 필리핀에 이어 호주의 시드니, 파푸아 뉴기니아, 스리랑카를 순방하면서 모든 일정을 조금도 차질없이 수행한데서 증명되고도 남는다.
마닐라에서 필자는 거의 모든 행사에 교황님 가까이에서 참석할수 있었고 두차례 개인적으로 인사드릴 기회도 있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 연로하시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기억력을 지니고 계신 것을 보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타임」지 편집자들은 교황님을 알현하고 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이 분에게선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꼈다. 이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 분에겐 카리스마와 인품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분에게서 그 무언가 거의 신비스런 것을 느끼게 된다』.
「타임」지가 소개한 마더 데레사의 말대로 교황님은 『언제나 깊은 신앙으로 버티시는 분/ 끊임없는 기도로 힘을 얻으시는 분/ 흔들리지 않는 희망/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분/ 하느님을 깊이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우리 교황님은 온 세상을 두루 다니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스도께 문을 여시오」라고 소리높이 외치시며 「다가오는 2천년대 (Tㆍertio Millennio Adveniente)」의 그리스도교의 새 봄을 정열적으로 준비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