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대교구 시노드 준비 어디까지 왔나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12-02-17 17:03:42 수정일 2012-02-17 17:03:42 발행일 1997-09-28 제 207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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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중요… 민의 수렴에 총력
「의안집」발간… 대의원 대회 잇따라 개최
교구장이 지역 순방, 교구민 "동참" 호소
82년 첫 시도… 99년 말 시노드 총회 예정

오는 99년 말 교구 시노드를 앞두고 있는 대구대교구가 9월 초순 「교구 시노드 의안집」을 발간함으로써 대구대교구의 시노드 준비가 한 고비를 넘겼다.

이번에 나온 「의안집」은 물론 교구 시노드의 최종 의안집은 아니다. 최종 의안은 99년 시노드 종료와 더불어 완성된다. 다만 이 의안은 그동안 각 의제별로 논의되어 온 내용들을 의안 형태로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종 의안의 내용이 현재의 의안집과 비교해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데 이번 의안집의 의미와 무게가 있다고 하겠다.

대구대교구의 시노드 의안집 발간을 계기로 시노드 준비 과정과 향후 전망, 의안의 주요 내용 등을 몇 차례 나누어 소개한다.

◆경과

대구대교구가 시노드 준비를 본격화한 것은 94년 교구 사제평의회를 통해서다. 그러나 실제 교구 시노드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82년부터다.

당시 2백주년 전국 사목회의를 준비하면서 교구의 사목문제를 심도있게 다루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것이 전국 사목회의가 끝난 1985년 11월 「평신도 의안」으로 제안됐다.

전국 사목회의가 다룬 12개의 각 주제별 의제에 「청소년 사목」을 추가해 다루었고,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사제회의에서 다뤄 1991년 5월 1차 수정안이 나왔다.

그러나 교구 사목회의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13개 분야의 의제를 동시에 다룰 수가 없었고 또 많은 신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목적으로 93년 1월 「교회는 공동체」를 주제로 1차 지구별 사목회의를 개최했다.

94년 2월 제2차 지구별 사목회의를 가졌고, 94년 8월 사제평의회에서 사목회의 준비를 본격화하기로 하고 사목회의 로고와 「함께 가자 생명의 길로」라는 표어도 마련했다.

94년 가을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지구별 사목회의를 열고,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설문작업을 동시에 전개해 사목회의 주제를 찾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 결과 「신자 재교육」이 교구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었고 95년 10월 지구 사목회의 의안 발표에서도 「신자 재교육」과 「가정의 복음화」가 의제로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신자 재교육」은 「신앙교육」이라는 좀 더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뀌면서 96년 1월 27일 「교구 시노드 준비모임」에서 「신앙교육과 가정의 복음화」를 시노드 주제로 공식화했다.

또 「사목회의」란 말도 본당 사목회와 비교되면서 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교구 시노드」로 부르기로 96년 1월 30일 열린 사제평의회에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신자들이 다루고 싶어하는 당면 주제인 「재교육」을 지향함과 동시에 다양한 연령층의 신자들이 모인 가정의 「작은 교회」를 이루어 원초적인 신앙교육의 장이 되고, 여기서부터 교회의 활성화를 이루어 나가자는 의지를 담았다는 데에 의제 선정의 보다 깊은 뜻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96년 초부터 자녀 신앙교육과 가정의 신앙생활을 우선 의제로 선택해 다룬데 이어 성직자, 수도자, 새 본당상과 예비신자 교리교육, 사회복지 등 7가지 의제를 순차적으로 다루면서 의안을 준비해 왔다.

구역 및 반모임을 중심으로 한 본당 차원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구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다시 종합,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신자 및 성직자 대상 설문을 실시하고 수차례에 걸쳐 지구별 의안 발표회를 갖는 등 충실한 의안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반면 한꺼번에 2~3개의 의제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무리가 따르기도 했다.

◆시노드 개최 의미

『교구 시노드를 열어야 할 필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드러나고 있으나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교회의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성직자만이 아니라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함께 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일이야말로 성령 안에 일치를 이루는 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대구대교구가 시노드를 개최하는 이유는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의 다음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즉 엄청나게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교회가 반성하고 신자 각자가 반성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각자가 사는 것을 점검하면서 교회공동체가 살고 있는 상태를 잘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더 생동하는 교회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지 신자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그 방도를 찾고 함께 실행에 옮겨 나가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구대교구가 최대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시노드의 진행 과정이다. 시노드는 결정 사항을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노드의 성패는 신자들이 얼마만큼 인지를 하고 함께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대교구가 시노드의 표어를 「함께 가자, 생명의 길로」로 정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교구 사무처장 최시동 신부는 『시노드는 성격상 특수 계층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처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구민 전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대교구가 99년 시노드 개최를 목표로 십수 년에 이르는 긴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시노드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전망

대구대교구는 9월 11일 구미지역 시노드 대의원 대회를 시작으로 11월까지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직접 교구 내 각 지역을 순회 방문하며 「시노드 대의원 대회」를 개최한다. 시노드 대의원은 교세에 비례해 각 본당별로 2~3명의 평신도가 참여한다.

대의원 대회에서 이문희 대주교는 대의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시노드 의안」을 직접 소개한다. 대의원 임명장도 주어진다.

교구장이 직접 발로 뛰며 교구 시노드의 중요성과 의의 등을 설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시노드 개최에 따른 절박함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각 지역별 대의원 대회가 끝나는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대의원들의 분과별 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후 99년 시노드 총회 전까지 몇 차례에 걸쳐 대의원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구 시노드 사무국장 이용호 신부는 『대의원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시노드가 하나의 큰 흐름을 잡았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각 본당의 대의원들은 교구의 의지를 신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고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