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누구나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 / 채유호 시몬 신부

채유호 시몬 신부,효명중·고등학교 교목
입력일 2023-12-26 수정일 2023-12-26 발행일 2024-01-01 제 3374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저는 학창시절, 선생님들의 말씀을 지독하게도 듣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반항까지는 아니었지만, 꽤나 선생님들의 속을 썩이며 지냈기에 다양한 벌을 섭렵했습니다. 그런 제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고 살고 있으니,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앞서 학창시절 다양한 벌을 섭렵했다고 했는데, 그중 제일 귀찮고 하기 싫었던 것은 교내 청소였습니다. 차라리 체벌을 받는 게 짧고 굵게 끝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대로 청소는 제대로 했는지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했고, 때로는 청소 상태가 불량해서 더 남아 청소를 이어가야만 했기에 피하고 싶은 벌 중 하나였습니다.

찬란했던 제 학창시절은 지금 교목신부로 살아가면서 학생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고를 치고, 때로는 격정의 과정을 보내는 친구들을 이해하고 교감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고뭉치 친구가 점점 철 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내심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며, 그 안에서 교목신부의 존재 이유를 체험하곤 합니다.

얼마 전, 교목실에 두 친구가 커다란 비닐봉지와 집게를 들고 왔습니다. 저는 무심코 그 친구들에게 “뭘 잘못했니?”라고 물었고, 그 친구들은 “잘못한 게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어서 교내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순간 뒤통수가 얼얼하게 한 대 맞은 듯 싶었습니다. 저의 과거로 인해 친구들을 편견과 선입견에 가득 차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고 합니다. 하나는 편‘견’이고, 다른 하나는 선입‘견’이라고 합니다. 이 두 마리의 개는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고 속단하는 과오를 저지르게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겉모습만을 보고 속단하고 실수한 저는 너무나 미안한 나머지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그 친구들에게 간식을 한아름 안겨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지내면서 저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며, 때로는 학생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저 자신을 깨부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철부지들에게 하늘나라의 신비를 보여주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됩니다. ‘신앙 안에서의 철부지란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상태가 아닌, 편견과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상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짧은 묵상을 해봅니다.

저의 불찰로 인해 상처받았을 두 친구에게 이 기회를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효명중·고등학교 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