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간 시선] 주님, 당신만을 믿습니다! / 김경훈 신부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가톨릭신문 편집주간),
입력일 2023-05-02 수정일 2023-05-02 발행일 2023-05-07 제 334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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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 어릴 적 한번씩은 받아본 질문입니다.

초등학생 때, 저는 늘 ‘선생님’이 되고 싶다 했습니다. 저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많은 영향을 주셨지요. 학교 선생님을 비롯하여 주일학교 선생님, 태권도 사범님 등 자애로운 모습으로, 그러나 때로는 단호한 가르침을 주시는 모습.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때는 연극배우를 꿈꾸었습니다. 어느날 TV에서 본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 때문에. 솔직히 그때까지 연극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대학에 가서 연극동아리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사이코드라마’라는 심리학 공부모임을 하면서 연극의 꿈을 달랬습니다. 군제대 후에는 이런저런 고민 가운데 잠시나마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나누는 넉넉한 빵집 아저씨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고등학생 때 인생 시간표를 그려보았는데, ‘대학 졸업, 심리치료 관련 취업 및 공부, 그리고 33살에 동종업계 여학생이랑 결혼한다’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하나 이루지 못한 듯한데, 사실은 모두 다 이루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이끄심 안에서 모두 다 이루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끼고 믿습니다.

신학생 때 축구는 축구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원 없이 했습니다. 33살에 신랑 대신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제로서 예비 신자를 비롯하여 신자에게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소임을 수행합니다. ‘선생님’이 되었지요. 또한 연극무대는 아니더라도 매일 ‘제대’라는 무대에 섭니다.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온전히 드러내는 조연으로서 무대 중앙에 섭니다. 영광스러운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일시적인 배부름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베푸시는 참된 빵, 예수님의 몸을 축성합니다. 억지스럽지만 넉넉한 ‘빵집 아저씨’로서도 역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가요? 비록 제가 꿈꾸었던 바로 그 모습은 아니더라도, 저는 어린 시절부터 꾸어왔던 꿈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아닌가요?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와 양심 안에서, 꿈꾸고 최선을 다하여 집중한다면,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께서 때로는 딱 그 모습으로 즉답하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을 모아모아, 시간을 두고 더 좋은 것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것. 그러니 너무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을 품어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기쁨을 누리는 부활 시기에, 여러분이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요? 그 꿈이 하느님의 거룩하고 오묘한 부르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가톨릭신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