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 친모만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 긍정적 효과는?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4-11 수정일 2023-04-11 발행일 2023-04-16 제 333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미혼부 출생신고 가능… 자녀 기본권 취득 쉬워져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
헌재, 법 조항의 권리 침해 인정
어려움 겪던 미혼부들 ‘대환영’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가 쉬워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혼인 외의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친모만 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헌재는 2025년 5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미혼모·부는 총 2만6652명이며 그중 미혼부는 6307명(23.7%)이다. 법과 행정 밖에 존재하는 이들이 많아 출생 미등록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미혼부의 출생신고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과거, 친모가 출산한 자녀를 친부에게 맡기고 연락두절된 경우 친부가 친모의 인적사항을 몰라 출생신고서를 제출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 도입한 것이 ‘사랑이법’이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이 미혼부가 아이 친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모를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친모의 신상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조항 탓에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친모 이름이 나와 있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혹은 친부가 친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라도 알면 출생신고를 허가하지 않는다. 친부가 친모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사실상 미혼부들은 여전히 난관에 부딪히고 있던 상황이다.

지금까지 미혼부 자녀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건강권, 교육권, 국가 복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다닐 수 없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아버지들은 직장을 다니지 못해 생활고를 호소했다.

고충을 겪던 미혼부들이 2021년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번 헌재 결정으로 미혼부도 조건 없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사랑이법’ 주인공이자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인 한국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는 “헌재 결정으로 많은 아버지들이 기뻐하며 법 개정 시기가 당겨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랑이법이 도입됐다고 해도 재판을 받아야 기본권을 취득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 입장에서 불합리한 일이었다”며 “부모가 겪는 삶의 어려움은 이 길을 택한 부모 몫이지만 그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죄가 없기 때문에 법과 제도에 아래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 이후로 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가 없도록 아이가 태어난 사실을 병원이 직접 정부에 알릴 수 있게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학대되고 방임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후고) 신부는 “생명운동계에서는 출생통보제를 바람직하게 본다”며 “병원에서는 행정 인력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법제화하면 아이들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탓에 겪어야 하는 부당한 일에서 벗어나고, 복지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미혼모에 더 관심이 많지만, 미혼부도 경제적으로 힘겹고 부모와 절연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고 비난하기보다 아버지로서 생명을 책임진 그 책임감을 칭찬하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