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돕기 위한 한국교회 활동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2-15 수정일 2023-02-15 발행일 2023-02-19 제 333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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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도 추위·굶주림과 사투…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애도 서한으로 위로 전하고
교구별 2차 특별 헌금 모금
각 수도회와 기관단체들도
긴급구호 모금 캠페인 벌여

중동 난민 사목 교두보였던
안티오키아 개신교회 무너져
전기·수도·통신까지 끊긴 현실
생필품·식수 등 도움 손길 절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요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카리타스 제공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지대에 2월 6일 발생한 강진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가 2월 12일 현재 3만30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빠른 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영적, 물적으로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지역에 2월 6일 새벽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튀르키예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 규모 7.5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내 상당수 건물이 무너지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진 피해자들의 고통에 연대하는 한국교회 노력과 튀르키예 현지 지진 상황을 전한다.

애도문 발표, 모금 운동, 2차 헌금 등 실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월 9일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 시리아 국민들을 위한 애도 서한을 발표하고 지진 피해 복구를 돕겠다는 한국교회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도 같은 날, 지진으로 희생된 모든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는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교회 공식 해외원조기구인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은 지진 발생 다음날부터 신속하게 국제카리타스와 긴밀하게 논의하며 현지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한국카리타스는 지진 피해 복구와 재활에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특별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도 지진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피해 지역 교회의 즉각적인 요청에 부응해 긴급구호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ACN은 무료급식소, 의료사업을 포함한 기존 프로젝트를 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한국교회 각 교구들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를 구호하기 위해 2차(특별) 헌금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가장 먼저 2월 12일 교구 내 각 본당 주일미사 때 2차 헌금을 실시했다. 의정부교구도 12일 2차 헌금으로 피해 구호를 위한 정성을 모았다. 대구대교구는 19일과 26일, 광주·청주·인천·수원·안동교구는 19일, 전주·부산·원주·마산교구는 26일 2차 헌금을 실시한다.

수도회와 기관단체들도 튀르키예와 시리아 돕기에 나서고 있다. 살레시오수녀회(한국관구장 김은경 체칠리아 수녀) 선교후원회는 전화(02-845-9516)를 통해 기부를 원하는 이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은 예수회난민봉사기구(JRS) 시리아지부와 함께 지진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 자금 10만 달러를 예수회난민봉사기구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역시 긴급구호 자금 10만 달러를 국제카리타스를 통해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4월 30일까지 3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튀르키예 강진 발생으로 무너져 내린 아나톨리아대목구 이스켄데룬주교좌성당. 작은형제회 고인현 신부 제공

튀르키예 한인공동체로부터 듣는 현지 소식

튀르키예에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고인현(도미니코) 신부가 이즈미르대교구 소속 피조물보호(생태환경)위원회 책임자로서 에페소 평화 관상 기도의집에서 활동하며 이스탄불 한인공동체 지도신부로 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고인현 신부는 튀르키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시리아 난민 사목에도 2014~2017년 종사한 적이 있고,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 난민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어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분주하게 힘쓰고 있다.

튀르키예의 가톨릭 관할 교구는 이즈미르대교구, 이스탄불대목구, 아나톨리아대목구가 있으며, 이번 지진 피해를 당한 곳은 아나톨리아대목구다. 고 신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튀르키예 내 한인 신자들은 대부분 이스탄불에 거주하고 있어 피해자는 없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은 아나톨리아대목구에는 아다나, 안타키야(성경 지명 안티오키아), 이스켄데룬, 메르신, 삼순, 트라브존 지역에 본당이 있다. 이중 이스켄데룬주교좌성당이 붕괴됐다. 다행히 다른 성당과 수도 공동체 등은 아직까지 크게 파손되지 않았고 가톨릭 신자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나톨리아대목구장인 바오로 비제티 주교(예수회)와 사제들도 무사하다. 이스켄데룬주교좌성당은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에서 자동차로 약 200㎞ 정도 거리에 있다.

고 신부는 이번 지진으로 특히 중동 난민 사목의 교두보로 여겨지던 안티오키아 개신교회가 완전히 무너진 것을 가슴 아파했다. 안티오키아에는 한국 그리스도교 성직자로는 유일하게 감리교 장성호 목사가 교회 겸 난민센터로 운영하던 3층 건물(구 프랑스대사관)이 있었다. 장 목사와 아내, 3명의 자녀들, 장인·장모 등 일곱 가족은 교회 건물이 무너지기 전 흔들리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빠져 나와 화를 면했다.

고 신부는 “이스탄불 한인 공동체는 장 목사와 함께 튀르키예 지역 난민사목에 음으로 양으로 협력하면서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 왔는데 교회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장 목사를 통해 전기와 통신이 끊긴 채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지진 피해자들의 참상을 전해 듣고 있다”면서 “마음으로는 당장 지진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이즈미르대교구 사목을 맡고 있어 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 신부는 비제티 주교가 “종교를 떠나 식료품, 물, 의료품, 담요 등 도움의 손길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요청한 사실을 한국교회에 전했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튀르키예 카리타스 계좌로는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입금되지 않아 튀르키예 카리타스와 논의를 거쳐 작은형제회 계좌로 2월 28일까지 모금한 액수를 튀르키예 카리타스에 전달하기로 했다.

※지진 피해 성금 계좌 및 문의※

우리은행 064-106713-13-432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우리은행 1005-303-232450 (사)고통받는교회돕기한국지부

우리은행 1005-785-119119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KEB하나은행 158-890043-35504 (재)프란치스꼬회, 02-6364-5643

국민은행 114-01-0414-228 (재)살레시오수녀회

우리은행 1005-001-661416 (재)기쁨나눔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