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에스제이아이엔씨 김성주 대표, 마뗄암재단에 20여억 원 기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8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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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남기고 간 사랑, 말기 암환자들 돌보는 주추 되길
지난해 암으로 선종한 막냇동생
故 김계숙씨가 남긴 유산 전액
가난한 이 위한 무료 호스피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세우기로

2월 6일 김성주 대표(오른쪽)가 서울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총원에서 수녀회 부총장 장경혜 수녀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말기 암으로 선종한 한 사람의 유산이 많은 암환자들을 도울 무료 호스피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을 짓는 주춧돌이 됐다.

김성주(베드로·78)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이사는 2월 6일 서울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총원에서 마뗄암재단(이사장 이순이 베로니카 수녀)에 20억2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날 기부금은 지난해 8월 선종한 김 대표의 막냇동생 고(故) 김계숙(가브리엘라·향년 70)씨가 남긴 유산이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고인을 발견한 가족들은 고인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2주 후 세상을 떠났다. 원인은 말기 난소암과 패혈증이었다. 이미 16㎝ 크기로 자란 암과 그 영향으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동생의 유산을 정리하던 김 대표는 동생이 남긴 돈이 20억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생전 홀로 살며 근검절약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모아뒀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김 대표의 형제들은 동생이 남긴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면서 마뗄암재단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말기 암으로 선종하면서도 암 치료나 호스피스에 사용하지 못했던 동생의 돈을 다른 고통받는 말기 암환자를 위해 의미 있게 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운영하는 마뗄암재단은 2005년부터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암환자들의 치료와 편안한 임종을 위해 후원해온 비영리법인이다. 수녀회 공동 창설자 마뗄 윤병현 수녀(안드레아, 1912-2003)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뗄암재단은 가난으로 호스피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무료 호스피스를 세우는 데 이번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무료 호스피스의 이름은 건립 비용을 마련해준 고인의 이름을 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으로 정했다. 이전부터 무료 호스피스를 계획해오던 재단은 전액 후원으로 꾸려지는 만큼,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이번 기부를 받게 된 것이다.

재단은 이번 기부금으로 강화도 마니산 인근에 약 6280㎡의 대지를 매입하고 무료 호스피스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설계단계를 거쳐 내년 기공에 들어가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잡았다. 재단은 무료 호스피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이 임종을 앞둔 암환자와 가족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화해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날 기부를 한 김 대표는 “수많은 주사바늘과 장치들을 달고 누워 있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마음이 아프지만, 천사의 인도를 받아 동생의 유산이 고귀한 기부로 이어진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동생의 이름이 들어간 호스피스가 하루빨리 건설되도록 저도 재정적으로 후원할 계획”이라며 “많은 후원자가 함께해서 많은 암환자들이 이용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호스피스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마뗄암재단 사무국장 이영숙(베드로) 수녀는 “가브리엘라 자매님이 뜻이 있어서 이 돈을 모으셨을 텐데 그 못 이룬 뜻이 오빠를 통해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은 누구도 죄인으로 죽지 않고, 사랑을 가득 안은 채 천국으로 가길 바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는 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농협 355-0064-3508-93 재단법인 마뗄암재단

※문의: 010-3355-1946, 02-723-4706 마뗄암재단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