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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다시 살펴보는 ‘교리 교육’ / 고계연

고계연 베드로,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입력일 2023-01-31 수정일 2023-02-01 발행일 2023-02-05 제 332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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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는 그리스도인 삶의 산소입니다.” 지난 1월 11일 수요 일반알현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새로운 교리 교육 여정을 시작하자며 던진 화두이다. 교황은 교회의 사명은 세상 땅끝까지 복음을 기쁘게 선포하는 것이라며 ‘복음화를 위한 열정’을 강조했다. 아울러 저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필자가 여기서 주목한 부분은 ‘교리 교육’이다.

교리 교육 또는 교리 교수법(catechesis)은 복음을 전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뜻한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교리 교육은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일, 즉 말씀 직무의 한 형태’이다. 개인이나 공동체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적 신앙을 얻어서 신앙을 깊게 다지도록 돕고, 그리스도인의 교육 및 양심 형성을 돕는 노력들을 말한다. 여기서 교리는 ‘체계화된 종교의 본질적인 가르침’으로 교의(敎義)와 일맥상통한다. 신자들의 입장에서 예를 들어보자.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성호를 긋거나 기도를 마칠 때 붙는 아멘은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의미임을 안다.

삼위일체? 전구? 연옥?…. 그런데 조금 낯선 용어나 흐릿하게 알고 있는 교리를 마주하면 당황스럽거나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아직 신앙이 없는 사람이나 개신교 신자들에게 가톨릭의 교리를 전하거나 설명할 때 더 그렇다. 왜 그럴까. 우리가 받은 교리 교육은 예비자 교리와 견진 교리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내가 교리를 잘 알지 못하거나 불분명하니 말문을 열 자신이 없다. 이럴 땐 우선 자신의 신앙을 다질 수 있는 독서를 추천드린다. 제임스 기본스 추기경이 쓰고 고(故) 장면(요한) 박사가 옮긴 「교부들의 신앙」은 단연 으뜸이다. 가톨릭 신앙의 정수를 깊은 성찰과 풍부한 예화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에서도 많은 영적 보화를 찾을 수 있다. 미사 강론이나 삼종기도 훈화, 일반알현 말씀 등을 통해 보편교회의 가르침을 자주 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하지 않은 교리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지름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팁 하나를 소개한다. ‘바티칸뉴스’ 한국어 페이지와 친구가 돼 보자.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돼 독자들을 만난다. 개인적으로도 연초부터 번역팀의 일원으로 봉사하는 터라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는 매체이다.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가톨릭교리신학원이 이달 18일 졸업생을 배출한다. 주간 교리교육학과와 야간 종교교육학과에서 모두 37명이 2년 과정을 마치고 선교사, 교리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교리신학원의 존재 이유는 ‘성경과 가톨릭 신학 전반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통해 가톨릭교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교사 양성’이다. 말과 모범으로 교회의 신앙을 가르치는 교리교사의 역할은 자못 크다.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면서도 아쉬움이 앞선다. 무엇이든 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활용이다. 그들이 배운 것을 예비신자 교리 교육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여러분의 말은 언제나 정답고 또 소금으로 맛을 낸 것 같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아야 합니다.”(콜로 4,6)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오늘도 내일도 학습하는 자세를 다짐해 본다. 하루하루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그 신앙을 이웃에게 전하며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는’(이사 58,8 참조)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교리교사라는 자각과 자부심으로 배우고 하느님의 은총을 청했으면 좋겠다.

고계연 베드로,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