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해외선교기금 2억 원 기부한 신봉동본당 김혜란씨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1-10 수정일 2023-01-10 발행일 2023-01-15 제 332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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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주신 사랑, 세상에 나눠야죠”
평소 근검절약해 모은 재산
교구 해외선교실에 쾌척
아프리카 학생들 위해 쓰여
20여 곳에 소액기부도 계속

“제가 삶에서 주님께 받은 많은 것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나누고 살고 싶습니다. 열심히 모은 재산을 이웃을 위해 내어 놓고 기쁘고 떳떳하게 하느님 나라에 들고 싶어요.”

김혜란(아가타·72·제1대리구 신봉동본당)씨는 지난해 12월 교구 해외선교실에 해외선교기금 2억 원을 쾌척했다. 김씨가 후원한 기금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학생들의 통학버스 2대 구입비와 학교 시설 보수비로 쓰인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면 십리 길을 걸어야 해서 통학버스가 꼭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힘든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건 배우기 위해서 뿐 아니라 학교에 가야 겨우 밥 한 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아파서 아이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앞서 김씨는 아프리카 우물 파기 후원금으로 500만 원씩 두 차례 기부하고, 신봉동본당과 어릴 때 나고 자랐던 지역의 본당에 각각 5000만 원씩 기부했다. 지금도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부 단체와 각종 NGO 단체 20여 곳에 소액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칠십이 넘으니 문득 생을 정리해야 하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깨어 있으라는 말처럼, 주님께서 언제 저를 불러 가실지 모르니 제가 건강할 때, 제 의지대로 나눠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가족들도 기쁘게 찬성했고요.”

김씨는 여유가 있어 큰돈을 기부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과소비나 제 수준에 맞지 않는 허영과 사치는 죄라고 여겼고 평생 근검절약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물론 그에게도 기부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젊을 때는 기부를 하려는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쉽게 옮기지 못했다. “인간의 마음이 나약해서 머리로 생각한 액수도 막상 내어놓을 때는 반절 또 반의 반절이 되곤 했죠. 그래서인지 늘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찝찝했는데, 지금은 제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천해서인지 매일이 개운하고 행복해요.”

김씨는 자신의 삶을 바꾼 것은 매일 빠지지 않고 봉헌하는 새벽미사 덕분이라고도 했다. “10년 전 어느 날 고해 보속으로 새벽미사를 봉헌하게 됐는데, 눈물이 쏟아지면서 주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걸 뜨겁게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새벽미사를 가는 건 제 삶의 가장 큰 기쁨이 됐고, 그분 마음에 드시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면서 살고자 노력하게 됐어요.”

김씨는 앞으로도 많은 나눔을 실천하며 조금씩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이웃에게 나누고 봉헌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 아버지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은 나눔들이 제 일상에 더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고 행동하는 그분의 자녀로 살아가겠습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