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우리 교구는(7) 제주교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2-06 수정일 2022-12-06 발행일 2022-12-11 제 332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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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스스로가 생태적 회개 바탕으로 활동
생태교육 과정 ‘틀낭학교’ 설립
자발적으로 실천과 연대하는
생태영성활동가 양성에 집중

11월 20일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들이 임명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국 교구 생태사목 관련 부서 중 평신도가 위원장을 맡은 것은 제주교구가 처음이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생태사목의 주체는 누구일까. 제주교구는 그 답이 ‘평신도’라고 말하는 듯하다. 제주교구는 지난 11월 20일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오충윤 야고보)를 평신도들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평신도로 임명했다. 전국 교구 생태사목 관련 부서 중 평신도가 위원장을 맡은 것은 제주교구가 처음이다. 평신도로 구성된 생태환경위를 중심으로 평신도 생태영성활동가 양성, 생태적 회개를 확산시키고 있는 제주교구의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살핀다.

■ 7년 여정의 시작 ‘성찰’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되자마자 제주교구는 생태영성을 교구 사목의 주요방향으로 설정하고 생태사목에 박차를 가했다. 2021년 7년 여정이 개막할 당시에는 이미 5년가량 치열하게 생태사목을 전개해온 상황이었다. 교구 내에 6곳을 제외한 모든 본당에 환경분과가 설치됐고, 본당마다 생태교육이 전개됐으며, 생태적 실천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언뜻 생태사목이 잘 이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교구는 7년 여정의 시작과 함께 교구 생태사목을 더 깊이 들여다봤다. 교구는 생태영성을 주요 사목방향으로 설정하면서 2017년부터 본당 사목방문 때마다 생태영성, 생태신학, 생태실천, 생태교육 등의 지표를 모아왔고, 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이 지표들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살피니 5년 동안의 노력으로 교구 전반에 생태사목의 형태를 갖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생태사목이 ‘본당활동 계획’에 머물렀다는 한계도 파악하게 됐다. 교구 거의 모든 본당에 환경분과가 설치됐지만, 실제로 활동은 미비했다. 생태교육은 1곳을 제외한 모든 본당에서 진행했지만, 교육내용을 살피니 기초적인 환경오염에만 집중돼 있었고, 생태파괴가 일어나는 구조적 원인을 언급한 곳은 3곳 정도에 불과했다. 생태적 실천도 본당차원에서는 진행됐지만, 가정이나 소공동체 차원의 실천은 없었다. 지역 환경단체와의 연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생태환경위원회 담당 황태종(요셉) 신부는 “생태적 감수성이나 하느님 창조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변하지 않고 그저 교구 지침만 따르는 것에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며 “생태적 회개가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소명이라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지속할 단체와 조직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제주교구가 그동안의 생태사목을 분석한 뒤 생태영성활동가 양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틀낭학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 생태환경사목의 전환 ‘틀낭학교’

이런 성찰 끝에 교구는 ‘틀낭학교’를 단순히 생태교육에 머물지 않고 생태영성활동가를 양성하는 장으로 삼았다. 틀낭은 제주 방언으로 ‘산딸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산딸나무의 꽃이 하얀 십자가 모양이듯, 생태를 위한 백색순교를 지향하고자 붙인 이름이다.

틀낭학교는 평신도로 구성된 생태환경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기획·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이론 교육과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수강자들이 생태영성활동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찬미받으소서」의 핵심내용, 기후위기 등 큰 주제에서부터 제주 지역의 해양생태계, 식물 다양성, 습지, 한라산 등 제주도민의 피부에 와 닿는 환경문제와 먹거리, 쓰레기 등 일상생활의 문제,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과 연대, 하늘땅물벗 창립에 이르기까지 영성·신학·실천·조직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가톨릭기후행동과 함께 금요기후행동을 펼치고 있는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교구 내 본당·단체뿐 아니라 전국 가톨릭환경단체, 시민사회 환경단체와도 연대하고 있다.

틀낭학교를 통해 생태영성활동가를 양성하기 시작하면서 2021년 당시 교구 내 본당 1곳에만 있었던 하늘땅물벗이 3곳으로 늘어났고, 현재 3곳이 더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늘어난 수는 크지 않지만, 교구의 지침이나 지시로 창립되지 않고, 틀낭학교 수강자들이 교육 이후에 자발적으로 하늘땅물벗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구는 7년에 걸쳐 각 본당 환경분과와 하늘땅물벗 회원들이 각 본당 공동체 및 소공동체와 연대해 각 지역에 필요한 생태적 실천을 전파하고, 교구 생태환경위는 각 본당 환경분과와 하늘땅물벗을 지원하는 구조를 자리잡아 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 가톨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환경단체뿐 아니라 찬미받으소서 액션플랫폼을 통해 세계와도 연대해나갈 방침이다.

교구 생태환경위 오충윤 위원장은 “이 시대에 평신도가 하느님 나라를 위해 할 일은 무엇보다도 생태적 회개가 중요하다”면서 “생태환경위는 7년 여정 동안 각 본당에 생태영성활동가를 양성·지원하고, 제주 내 생태문제 현장을 살피며 제주 내 환경단체와 연대를 목표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