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나디아 코파 수녀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1-30 수정일 2022-11-30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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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적 교회 위해선 여성 수도회에도 변화 필요”

하향식 결정·의사소통 부족이 문제
수도회 장상, 회원 목소리 경청해야
한국 수도자들, 양극단 잇는 다리 되길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수도생활에도 변화의 물결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 회장이자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총장 나디아 코파 수녀가 수녀회 한국지부 방문차 방한했다. 코파 수녀는 “UISG 차원의 경청 모임은 수도생활의 풍요로움을 재발견하게 했지만, 시노달리티 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도회의 내적 문제들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며 시노드적 교회를 위한 수도자들의 쇄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코파 수녀는 권위주의와 개인주의, 회원 간 의사소통 부재를 문제로 언급하면서도, 여성 수도회 안에서 장상에 의해 이뤄지는 하향식 의사결정을 크게 지적했다. 코파 수녀는 “장상의 역할은 위계를 세우고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회원 각자의 목소리를 듣고 식별해 성령이 바라시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모든 수녀는 같은 존엄성과 같은 책임으로 수도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코파 수녀는 “장상이 수도회원 각각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성령의 뜻을 식별할 때 수도회가 새 생명을 갖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정한 경청을 위해서는 그리스도 안에 깊은 영성을 뿌리내려야 하며, 영성이 깊을수록 타인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파 수녀는 경청 모임이 수도자들의 예언자적 소명을 깨닫게 하는 긍정적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수도자들은 타인의 선익을 위해 자신을 개방하고,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며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수도자들이 교회와 사회 변화를 위해 앞으로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약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일에 충실하며 더욱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여성 수도자들에게는 “양극화된 한국사회에서 극단적인 양쪽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약자들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 그들과 함께 걷는 일과 온갖 파괴에 맞서 생명을 보호하는 JPIC 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코파 수녀는 “비록 우리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우리의 현존이 세상 속에서 일치와 화해의 표징이 되도록 살아가 달라”고 격려했다.

코파 수녀는 교회 수도자들의 쇄신 외에 여성 수도자와 평신도의 지위 향상 분위기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고위직에 여성들을 임명하며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에 대해 그는 “변화 조짐은 있지만, 아직 우리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다”라며 이런 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여성을 남성의 지위 아래 수동적으로 봉사하는 자리에 머물게 하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은사가 많고 잘 준비돼 있어도 역량을 펼치지 못했죠. 여성의 목소리 안에서 얻을 보화는 풍성합니다. 여성들의 역량과 강점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하는 교회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