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기후 변화에 대한 교회 대응 방안’ 주제 학술발표회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1-15 수정일 2022-11-15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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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에 대한 전제 없이 기후 문제 해결 어려워”
기후위기 본질은 인류의 탐욕
피조물 중 하나임을 인식하며
겸손한 인간주의 받아들여야

교구별 생태환경 부서 개설과
사제·신학생 생태 교육 강화 등
한국교회 위한 실질적 제언도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문점숙 수녀가 11월 3일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광주인권평화재단 공동 주최 학술 발표회에서 ‘기후 변화와 가톨릭 교회의 응답’ 발제에 관해 논평하고 있다.

전 세계 교회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걷고 있는 가운데 ‘하느님에 대한 전제’가 무엇보다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느님에 대한 전제 없이는 기후 문제 해결이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겸손한 인간주의’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언급됐다.

이같은 논의는 기후위기 속 교회 역할을 찾기 위한 제25회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학술 발표회에서 이뤄졌다. 발표회는 11월 3일 광주가톨릭대학교 종합강의실에서 ‘기후 변화와 교회’를 주제로 열렸다. 발표회는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일두 베드로 신부)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이사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발표회에서 기조 강연에 나선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동산의 주인은 하느님, 인간은 소작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며 인간이 생명체로 살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느님께 생명을 받아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그동안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었지만, 인간은 다른 피조물들 뒷바라지 속에 생존을 이어 올 수 있었고, 때문에 “교회 인식과 전망도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 구원으로 확대되고 상승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지적에 광주가톨릭대학교 실천신학 황종열(레오) 교수도 힘을 실었다. 황 교수는 ‘기후 변화와 가톨릭교회의 응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인간이 가진 것은 모두 받은 것(1코린 4,7)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받은 것들을 아는 것, 알고 깨달아서 감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하느님의 흙 알갱이라는 것을 아는 존재는 복되다”고 밝혔다. 특히 황 교수는 생태를 이해하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이해라며 “이제는 나를 파괴할 것인지 보호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황석태(리노) 특임 교수는 “하느님을 전제할 경우, 인간과 자연의 관계 형성이 손쉬워진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의 이해: 과학, 윤리, 그리스도교 신앙’에 관해 발제한 그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인간과 동등하게 영적인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자연을 보았다며, 인간도 하나의 생물 종(種)으로서의 ‘겸손한 인간주의’를 받아들이면 기후 위기 극복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황 특임 교수는 “아버지가 없다면, 우리는 자연과 형제자매가 될 수 없고, 창조주 하느님을 전제해야 프란치스코 성인 말처럼 형제 늑대(Brother Wolf)와 자매 새(Sister Bird)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와 교회’ 주제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학술 발표회에서 서울대교구 생태영성연구소 소장 이재돈 신부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태영성연구소 소장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토마스 베리의 생태 사상’에 대해 발제했다. 이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현대적 상황에 구현하고 있는 두 거인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를 소개했다. 특히 이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와 토마스 베리 생태 사상은 생태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 생명의 가르침”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적 회개, 토마스 베리는 희생을 강조했다고 역설했다.

발표회에 참여한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교육 담당 문점숙 수녀(마리루치아)는 한국교회가 더욱 효과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언들을 했다. 문 수녀는 교구별 생태환경 사목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적어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동안 그 실행 목표가 각 교구장 사목 교서에 꾸준히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수녀는 사제·신학생 대상 생태 환경 교육 강화와 생태 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의 확산, 수도회들의 생태 환경 사도직 확산 등을 제언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용(베드로) 신부는 “기후위기 본질은 생태계를 침탈, 피조물을 착취한 인류의 손과 그의 끝없는 욕망에 있다”며 “공동체 협력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소장 김일두 신부도 “피조물 중 하나인 인간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변화에 직면해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며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하는 교회가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토대로 온 피조물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 문제를 진중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