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아산상’ 받는 착한 목자 수녀회 동북아시아관구장 이희윤 수녀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9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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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여성들 스스로 존엄함 깨닫도록 도울 것”
가정·성폭력 피해자·미혼모 등
소외된 여성 위한 복지증진 공로
자신감 되찾고 일어서도록 도와

“우리 수녀회의 활동이 세상에 알려져 놀랍고도 감사합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착한 목자의 사명을 살았는데, 상처받은 여성들을 위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반세기 넘게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온 착한 목자 수녀회가 11월 17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제34회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받는다. 수녀회 동북아시아관구장 이희윤(마리스텔라) 수녀는 이번 수상에 더욱 헌신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66년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 여성과 여성청소년, 미혼모를 돌보는 시설을 각각 운영하며 이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자활을 돕는 데 매진해 왔다.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정신으로 소외된 여성 한 명 한 명에게 보호막이 돼주며 이들의 무너진 삶을 재건하는데 힘써온 공로로 사회봉사상을 받게 됐다.

이 수녀는 “수녀회 활동의 핵심은 상처받은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들이 자기 존엄성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스스로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아야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며 “평범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은 여성들의 마음속 생채기가 아물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건강히 사회로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착한 목자 수녀들의 궁극적 목표이자 큰 보람이다.

수녀회 사도직의 본질은 ‘하느님께서 지으신 존엄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이 수녀는 이를 위해 성직자들에게도 도움을 부탁했다. 그는 “신학교 때부터 올바른 성교육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을 실시한다면, 성직자들을 통해 신자들도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의 소중함과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녀는 수녀회 활동에서 평신도 역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수녀회는 여러 시설에 수녀가 아닌 평신도를 원장으로 파견하기도 한다. 이 수녀는 “평신도는 엄마가 되어 본 적 없는 수녀들이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이해하고 보완해 준다”며 “수녀들의 든든한 파트너인 평신도 양성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을 통해 길 잃은 양을 돌보는 착한 목자의 사명을 다시 한번 새기려 합니다. 상처받은 여성들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먼저 나서서 찾아다니는 수녀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