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후는 변하는데 우리는 안 변하나요」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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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말 위기?” 직면한 현실 일깨우고 ‘생태적 회개’로 초대
기후위기 문제 이해할 정보
간결하고 명쾌하게 짚어주고
구체적 사례와 통계 자료로
현실 인지와 신앙적 공감 도와

아이슬란드 요쿨살론의 호수에 빙하가 떠 있다. 양기석 신부는 책 「기후는 변하는데 우리는 안 변하나요」를 통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CNS 자료사진

양기석 신부/160쪽/1만2000원/바오로딸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지만, 막상 일상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느낌이다. 세상이 마치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고, 특별히 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교회가 소리 높여 생태적 회개를 부르짖고 있지만, 신앙생활과 기후위기는 별개의 것으로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들었던 손팻말 문구를 던진다.

“기후는 변하는데 우리는 안 변하나요?”

양 신부는 책에서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정보들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짚어주고 있다. 쉽고 가볍게 읽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태적 회개의 길로 돌아설 수 있도록 해준다.

양 신부는 책을 통해 이미 자연과 환경과 이웃과 단절돼버린 세상을 살아가면서 ‘변한 세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은 분량임에도 구체적인 사례와 다양한 통계들을 꼼꼼하게 인용해 배치하고 있다. 단순히 가르침과 당위로 접근하지 않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있어 신앙의 여부를 떠나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이 ‘생태적 회개’를 향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창조와 인간의 존엄성 이야기 등 성경과 교리가 두드러지는 내용을 시작으로 일회용품, 식량위기, 기후 난민, 화력·핵발전소, 플라스틱,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GMO)에 이르는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양 신부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 14가지 주제를 각각 4단계로 풀어내고 있다. 생태사목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양 신부가 본당과 생태사목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성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단계를 통해 개인과 가정에서 생태적 회개에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본당과 기관 그리고 여러 활동단체에서 활용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첫째 단계로는 현실의 문제를 알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둘째로는 신앙의 준거로 삼을 수 있도록 주제와 관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인용한다. 회칙을 더 상세하게 읽고 싶은 이를 위해 회칙 본문에 연결된 큐알(QR)코드도 수록했다. 셋째 단계에서는 생태적 회심에 이를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되새기며 우리 삶을 성찰하고 묵상하는 자리다. 마지막으로 넷째 단계에서는 지금 당장 우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소개했다.

기후위기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책 속지는 모두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표지도 코팅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책 제작에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책 수익금의 일부는 나무 심기에 사용된다.

양 신부는 “여러 이야기를 정리하는 가운데 평범한 이들의 변화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희망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물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기술을 맹신하는 가치관을 버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회가 되기를 성령께 청해본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