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돌다리를 건너며… / 김진홍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
입력일 2022-11-02 수정일 2022-11-02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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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성당에 가려면 66개의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오늘도 신자 한 분이 꾸르실료 교육을 들어가기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러 성당에 가고자 돌다리를 걷는데 문득 3년 전 본당 야외에 14처를 설치하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어느 토요일 오후,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한 본당 자매님이 다짜고짜 “저는 O구역 사는 OO인데요, 총회장님 그러시면 안 되죠”라고 하셨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면 안 되죠. 성물에 이름을 새겨 넣다니요. 우리가 개신교도 아닌데 경쟁이나 시키고…, 아무튼 신부님께 잘 말해서 14처에 봉헌자 이름 새기지 않도록 해 주세요.”

적잖이 당황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답변을 시작했다. 상임위에서 한번 의논을 해보겠다고, 이미 공지해서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자매님은 “우리가 성당도 지었는데 14처 만들 돈 안 모일까 봐 그런 아이디어 내셨어요? 어떻게 성물에 이름을 넣을 생각을…. 총회장님 다시 생각해 보세요. 이게 주님이 바라시는 방법일지. 더 이상 말 않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이후 ‘십자가의 길 모금’ 마감일에 사무장님께 모인 액수를 물었다. 사무장님은 당초 4000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줄어서 3000만 원 조금 넘을 것 같다고 했다. 접수 기일을 연장했는데 금액이 감소한 것이 의아했다. 이유인즉슨 한 처에 한 명 이름이 들어가는 줄 알고 한 처 금액 전액을 봉헌한 분들이 금액 상관없이 모든 봉헌자 이름을 다 넣겠다고 하니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봉헌 액수를 줄인 사례가 생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봉헌자 수는 늘었는데 금액은 줄었다는 게 사무장님 설명이었다.

2017년 초월성당이 완공돼 입당 미사를 봉헌한 지 약 2년 후 본당 조경 공사와 야외에 ‘십자가의 길’ 설치 공사 중 경험한 두 가지 사건이었다. 오랜 기간의 토론과 여론 수렴 끝에 참 어렵게 시작한 공사였고, 모든 것이 부족한 내가 본당 총회장이 되어 처음으로 치르는 큰 공사였다. 이 일을 겪으며 “과연 주님의 뜻은 어느 것이었을까?”, “아니, 주님의 뜻은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해 놓고는 고민하는 척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합리화시키고 넘어갔으나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은 것은 그 이후에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에 그저 마음만 부단히 바빴던, 그래서 신부님과 신자분들께 미안하기만 했던 당시 5월도, 조경공사의 완공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었다. 조경공사에 도움 주셨던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행히 공사가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도록 자비를 베푸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주님, 제가 하는 일에 주님의 뜻대로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과도한 청원을 드리며 66번째의 돌다리를 건넌다.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