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8.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410항)

입력일 2022-10-12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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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타인보다 스스로를 진실히 보기 원하신다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겸손의 덕
부족함 받아들이는 태도 중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관계 단절되며 갈등 뿌리 깊어져

코라도 지아갱토 ‘압살롬의 죽음’.

봉사자1: 신부님께서 저번에 잘못 말씀하셔서 계획이 엉망이 됐어요!

이 신부: 죄송합니다. 제 실수였습니다.

봉사자2: 이게 다 신부님 때문이에요. 신부님이 알아서 하세요!

이 신부: 정말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봉사자3: 아닙니다. 저희에게도 탓이 있겠지요. 그래도 다시 한번 같이 잘하면 되겠지요!

■ 하느님 앞에서 모두 같은 우리

성경은 인간의 약함을 묘사하면서도 인간을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라 합니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시편 8,5)라고 고백합니다. 또한 모두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됐기에 차별 없이 평등하고 합니다.

여기에는 임금이나 고관대작들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성경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법을 만들고 제정하는 분은 오로지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임금이나 통치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인간관은 근본적으로 계급적 사고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나탄 예언자가 임금 다윗을 고발하자 다윗은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2사무 12,13) 라고 했듯, 성경 속에서 임금이나 통치자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고발당하고 단죄받을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 고통과 시련 속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일지라도 절망과 낙담에 빠지기는 매한가지이듯 성경은 그들이 겪는 한계와 아픔을 여실히 묘사합니다. 주님께 죄를 고백했던 다윗은 말년이 참으로 어려웠는데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고 맙니다. 반역은 실패했고 그는 죽임을 당하는데 다윗은 망연자실하여 “내 아들아, 내 아들아”하며 울부짖습니다.(2사무 19,1-5)

고대 사회에서 왕들은 영웅적으로만 묘사될 때가 많았습니다. 정복과 용맹의 화신,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성경 인물들은 영웅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다윗은 비천한 목동 출신에, 그 역시 삶의 쓰라림과 고통을 겪는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실수와 잘못으로 조롱받고 풍자되며(2사무 19,6-9) 어떤 때는 실망과 낙담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장 루이 스카 「잉크 한방울」)

■ 인내와 겸손

한 나라의 통치자로서 다사다난했던 다윗이 어떻게 역경을 이겨냈는지에 대해 성경은 그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묘사합니다.(2사무 23,1-7) 이처럼 인간의 한계와 약함을 통해 성경은 인간이 선택해야 할 건강한 삶과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그것은 회심하고 하느님을 믿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허위와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하게 삶을 성찰하는 것이지요. 「간추린 사회교리」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인내, 겸손, 온건과 애덕, 함께 하려는 노력, 솔직함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410항 참조)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합니다. 자신을 성찰하지 못함에서 모든 관계와 대화가 단절되고 갈등과 미움의 뿌리가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미워하는 그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며, 하느님께서는 진정으로 우리가 타인보다 스스로를 먼저 진실히 보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십자가의 성 요한 「정화론」)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