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이모저모

미국 워싱턴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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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갈등 없는 세상 오길… 평화 염원하는 마음 한데 모으다
한국 주교단, 미국 주교회의 등 방문해 한반도 평화 미사 봉헌
워싱턴대교구청·미 국무부와 의회서 국제 정세 관련 의견 교환
종교·국적 초월한 참가자들 “평화 위한 행동 나서야 할 때” 강조

10월 5일 한국 주교단과 사제단이 미국 주교회의 내 성당에서 말로이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10월 5일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 주교단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샬롬회 회원들이 성직자·수도자들과 함께 미국 가톨릭대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 주교들과 만남, 그리고 한미 주교들이 함께 미 국무부와 의회를 방문해 정부 관료들에게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미사 안에서 마음을 모으고, 평화를 위한 다양한 참가자들의 열망을 하나로 모은 포럼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 미사 안에서 일치

한국 주교단은 포럼 기간 내에 미국 주교회의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당을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5일 오전 한국 주교단과 사제단은 미국 주교회의 내 성당에서 데이비드 말로이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미국 주교회의 직원들과 함께 한 미사에서 양국 주교단은 함께 평화를 기원했다. 말로이 주교는 강론에서 “한국의 형제 주교들과 사제들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켜준다”며 “기도 안에 하나 돼 그리스도의 평화와 사랑이 한반도와 세상에 가득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6일 오전에는 포럼 참가자들도 함께 성 요한 바오로2세 국립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김 대주교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놓인 지금 무엇보다 간절한 기도가 중요하다고 전하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모았다.

■ 워싱턴대교구청, 미 국무부와 의회 방문

한국 주교단은 6일 오전 워싱턴대교구청을 방문해 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 만났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미국교회의 첫 흑인 추기경이다.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북한의 핵 위협이 한층 심해지고 있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과 미국의 가톨릭교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미국을 방문한 한국 주교들을 진심으로 환대하면서 이곳에서 평화의 사명을 발전시키기를 희망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평화에 대한 대화의 중요성을 나눈 바 있다.

이후 한국 주교단은 비공개 일정으로 미 국무부와 의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데이비드 말로이 주교와 군종교구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엘리야 제이던 주교가 동행했다.

미 국무부에서 관계자들은 미국 시점에서 안보 정책을 설명했다. 이에 한국 주교단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해 비핵화보다 더 근원적인 입장은 북한을 적대국 관계에서 우방국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대북제재로 인해 그 피해가 북한 민중들에게 끼치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재에 대한 전환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미국 주교들은 정부 관료를 만날 때마다 한국 주교들을 ‘우리 형제들’이라고 소개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절대적 지지를 약속했다.

■ 세대, 국적, 종파를 넘은 참가자들

이번 포럼에는 특히 청년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속 샬롬회 청년들이 실무진으로 투입돼 행사 전반을 책임졌고, 동시에 국제 포럼에 참가하면서 평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샬롬회 서한나(요안나) 연구원은 “제1회 학술대회 때부터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평신도이자 여성을 동등한 대화 상대로 여긴다는 것”이라며 “만남 자체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고, 평화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가톨릭 노동운동의 창시자 도로시 데이의 손녀 마르타 헤네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마르타 헤네시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정당한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되새길 때”라며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함께 기도하고 식별하면서 연구를 몇 년간 하고 있는데,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와 국적을 초월해 한목소리를 낸 참가자도 있다. 미국 국적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광원(한국명) 목사는 포럼 전 기간을 함께했다. 이 목사는 “미국인으로서 미국 정부가 보이는 태도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번 포럼에서 양국 주교들이 만났다는 것은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교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하는 것처럼 개신교도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평화의 가치를 위해 종교에 국한하지 않고 함께 연대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도 이틀간 포럼에 모두 참석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보탰다. 이 전 총리는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골고루 짚었다”며 “무엇보다 한국 주교들이 미국 주교들과 함께 미 국무부를 방문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