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첫 개인전 연 최복례 초 조각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0-05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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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깎고 다듬는 동안 제 마음도 정화됐죠”
‘고해’ 주제 1년치 작품 선보여

최복례 초 조각 작가가 9월 29일 인천 주안동 작업 공간에서 초를 조각하던 중 ‘고해’ 주제 첫 개인전에 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최복례(다리아) 작가는 9년 전 우연히 한 신자 집에서 발견한 조각 초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그 매력에 빠진 최 작가는 초 조각 교육을 수강했고, 현재 한국예술조각초협회 이사와 전례미술연구소 전임 강사로서 활발한 초 조각 강의를 펼치고 있다.

그러한 최 작가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10월 10일까지 첫 개인전을 연다. 고해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 지난 1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있는 그대로 하자”며 욕심을 버리는 일과 인정 욕구,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등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이들에게 초 조각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무엇이라도 잘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짐이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내려놓는 데에 최 작가는 작업 과정 그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초 조각을 하며, 기뻤던 일도 슬펐던 일도 답답했던 일도 하느님께 털어놓고 고해한다는 그는 그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못하면 어때. 할 수 있는 정성껏 하느님께 봉헌하는 거잖아. 그거면 충분해. 나머지는 다 채워 주실 거야”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그렇게 매일 밤낮 작업했고, 작품 40여 점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 작가는 자신의 내면 상태에 따라 조각 초 모습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초를 깎고 다듬고 작업하는 동안 마음 속 찌꺼기들도 하나둘 떼어내게 됐고, 그 변화에 따라 결과물도 전보다 더 단순하고 정갈해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복잡한 마음 상태를 더 잘 정화해 아름답고 말랑말랑한, 화사한 조각 초들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신자 누구에게나 ‘고해’는 당연하면서도 힘든 숙제인 듯싶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하느님은 부족한 부분마저도 사랑하고 용서해 주시잖아요. 그분을 믿고 살아가다 보면 고해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며 올곧게 살아갈 수 있어요. 제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가슴속에 작은 십자가 하나쯤은 품고 가시길, 우리 함께 고해라는 사랑의 숙제를 풀어 나가길 바랍니다.”

최복례 초 조각 작가의 마음의 변화를 보여 주는 조각 초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