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폭으로 전하는 복음’ 조르주 루오 특별전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0-05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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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9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작품에 담긴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정신적 빈곤 겪는 현대인에게 위로

조르주 루오 ‘수난(모욕 당하는 예수 그리스도)’(1949, 유채, 81x55cm, 퐁피두 센터 소장)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20세기 초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회는 그동안 많이 달라졌을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약하고 힘없는 이들은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인간의 소중함과 그들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숭고한 사랑을 느끼고 묵상할 수 있는 전시가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 모니카)에서 펼쳐지고 있다.

20세기 미술 거장이자 독실한 신자, 그레고리오 대교황 훈장을 받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 이하 루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화폭에 담은 인물이다. ‘20세기 유일한, 최고의 종교 화가’로 평가받는 그는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적 정세 속에서도 삶과 전쟁의 비극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사랑과 연민을 작품에 녹였다.

루오의 생애와 예술성을 조명하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 특별 기획전은 한국에서 13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루오의 작품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 센터와 그의 유족·후손으로 구성된 루오 재단이 엄선한 소장품 200여 점을 만날 수 있고, 특별히 프랑스 대사관이 후원했다.

조르주 루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923, 요판 인쇄, 57.2x42cm, 조르주 루오 재단 소장)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조르주 루오 ‘어린 피에로’(1945, 크래프트지에 유채 잉크 과슈, 78.1x53.5cm, 퐁피두 센터 소장)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 미제레레(Miserere)를 포함해 6개 주제별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루오의 자화상과 그의 친구·스승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고, 2부에서는 ‘뒷모습의 누드’를 비롯해 여성과 누드를, 3부에서는 ‘오렌지가 있는 정물’ 등 정물과 풍경화를 볼 수 있다. 4부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후 그가 만든 ‘미제레레’, 5부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6부에서는 루오가 평생 집착했던 ‘서커스와 광대’를 주제로 한 전시와 ‘두 형제’, ‘어린 피어롯’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자문에 응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 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에밀리오) 신부는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윤리·도덕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종교에 무관심한 20세기 혼란의 시대에 루오는 사제는 아니지만, 그림을 통해 주어진 성소를 펼쳐 보이고 화폭으로 복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신부는 “그 시대에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호 관장은 “루오는 인간은 모두 평등, 고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시대정신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며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궁핍한 현 사회에 이번 전시가 위로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6일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

※문의 061-760-3227 전남도립미술관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