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하)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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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여성들 보호 나서

안나 마리 수녀와 함께 공부하는 기술학교 소녀들.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는 제4대 전주교구장 고(故) 한공렬(베드로) 대주교의 요청으로 1966년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관구 소속 로즈 버지니아, 안나 마리 수녀가 입국해 미군부대가 주둔하던 전라북도 군산 옥봉에 초가 수녀원을 짓고 2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후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다.

수녀들은 미군부대 근처 윤락 여성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가난한 소녀들을 위한 기술학교와 기숙사를 세워 교육에 매진했다. 이후 더 많은 수녀들이 한국에 파견오자 1973년 서울로 수녀원을 이전하고 공장 밀집 지역인 성수동에 소녀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 ‘마리아 자매원’을 설립했다.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도직을 확대하며 절망에 빠진 여성과 소녀들을 구원하는 일에 주력했다. 1977년 신촌에 미혼모를 위한 ‘마리아의집’을 개원, 미혼모의 안전한 분만을 돕고 몸을 온전하게 회복할 때까지 숙식을 무료 제공했다.

이용자가 증가하자 1979년 춘천으로 마리아의집을 옮겨 확장 개소하고, 춘천 석사동 부지에 새 건물을 마련해 수녀원 본원을 세웠다. 2003년부터는 미혼모들이 자녀를 건강하게 기르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립하도록 돕는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 ‘요셉의집’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힘없는 태아들의 인권과 생명권을 수호해 온 착한 목자 수녀회는 낙태한 여성들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낙태 상처 치유 피정’도 매해 진행한다. 성매매 피해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마들렌의집’과 성학대 피해 경험이 있는 청소녀들이 자활을 준비하는 쉼터 ‘유프라시아의집’도 수녀회의 사도직 현장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상담과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365일 24시간 상담을 지원하고 긴급 보호를 실시하는 여성긴급전화1366 강원·제주센터도 착한 목자 수녀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최근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2017년부터 ‘그린도어’라는 방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린도어는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문 사도직으로, 경기 이천을 거점으로 두고 활동해 왔다. 올해 1월 수원교구에서 정식 활동 승인을 받았다. 2021년에는 강원도에 이주여성들에게 의료 긴급지원, 체류지원,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는 상담소를 열었다. 가정 폭력에 노출된 이주여성 보호시설인 ‘벗들의집’도 설립했다.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착한 목자 수녀회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