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자립준비청년들의 불안감, 교회가 품어 줘야”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8-30 수정일 2022-08-30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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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우울증 극단 선택 잇따라
매년 아동 2600여 명 ‘보호종료’
정서적 지원 위해 교회 나서야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2명이 광주에서 각각 8월 18일과 24일 생활고와 우울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준비 없이 내몰린 세상에서 홀로서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 결과다. 이번 사건으로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정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회 안에도 이들을 보듬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평균 2600여 명의 아동이 보호종료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당사자가 원할시 보호기간을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500만 원 내외인 자립정착금도 확대하기로 하고, 자립수당도 월30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이들의 자립을 위해 물적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춰 왔으나 당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립은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심리적 자립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대다수가 무기력, 공허함, 불안장애 등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신의 심리 문제가 홀로서기에 방해된다고도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당사자 모임인 자립준비청년협회 주우진 회장은 “이번 일은 금전적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이들에게 심리적인 의지처가 전혀 없던 것이 본질적 원인”라고 진단했다. 주 회장은 국가의 물적 지원은 꾸준히 개선되지만, 사후관리는 공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립준비청년 전담기관은 지난해까지 전국에 8개뿐이었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주 회장은 “자립 선배와 멘토 등 민간 자원을 활용해서라도 자립 과정을 돕고, 정서적 안정을 위한 지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관장 송원섭(베드로) 신부도 현재 정책으로는 심리적 돌봄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신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심리 케어는 ‘청년마음건강바우처(10회)’뿐인데, 긴 예약 대기 탓에 대부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감정조절이 미숙해 장기 근로도 쉽지 않다 보니 경제적 자립이 늦어진다”고도 설명했다.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마음이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의미다.

송 신부는 교회가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서적 지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제들부터 도움을 외치는 청소년들의 현장에 관심을 두고 사목에 나서고, 신자들도 이들을 지원하는 교회 단체의 활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교회 구성원들의 합심을 요청했다.

교회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심적 위로를 얻는 장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돈보스코 자립생활관 김수현(라파엘) 사무국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성당에 보내보면,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다 돌아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교회가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활동할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사회성도 길러주고, 무엇보다 힘들 때 찾으면 위안을 얻는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환대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