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니카라과 주교 결국 체포… 교황 "우려와 슬픔”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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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방송국 폐쇄 항의하다
공권력에 의해 탄압 받아와
교황, 양측의 열린 대화 호소

8월 19일 코스타리카 산 호세에 있는 한 성당에서 니카라과 남성이 알바레즈 주교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니카라과 정부가 마타갈파교구장 로날도 알바레즈 주교를 구금하는 등 가톨릭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교황은 8월 21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뒤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을 향해 최근 니카라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가톨릭교회 간의 긴장 상황을 ‘우려와 슬픔’ 속에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줄곧 표시해온 알바레즈 주교와 수 명의 사제들이 8월 19일 새벽 경찰들에 의해 체포, 구금된 사태에 따른 것이다. 교황은 직접 ‘구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통해 양측이 ‘열린 마음의 성실한 대화’를 해나갈 것을 호소하면서 “상호 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의 토대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니카라과 경찰은 이날 새벽 마타갈파교구청을 급습해 2주가 넘도록 가택 연금 중인 알바레즈 주교와 사제, 평신도들을 체포했다. 지금까지 알바레즈 주교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알바레즈 주교와 사제 11명, 평신도들은 이날까지 16일 동안 경찰의 감시하에 교구청 사무실에 연금돼 있는 상태였다.

니카라과 경찰청은 주교 구금 사실을 확인하고 “마타갈파의 시민들과 가정들을 일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언급하지 않았다. 니카라과 경찰청은 8월 5일 성명을 통해 알바레즈 주교가 “폭력 조직을 결성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증오 범죄를 선동하고 혼란과 무질서 상황을 야기함으로써 니카라과 사회에 평화와 조화를 깨려고 기도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이러한 본격적인 교회 탄압은 마타갈파교구 운영 7개 라디오 방송국 폐쇄 결정에 대해 알바레즈 주교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본당 신자들이 방송국 기자재를 압류하는 것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알바레즈 주교와 사제단은 가택연금 기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우리는 증오를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그리고 공포를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주신 용기로써 위기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레즈 주교는 2018년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뒤 니카라과 민주화 운동의 주요한 지도자로 부각됐다. 이후 오르테가 정부는 야당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를 억압해왔다.

최근에는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종교계에까지 강경한 탄압 조치를 실시, 가톨릭교회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