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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7)다윈주의의 등장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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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이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자연 선택’으로 진화한다 주장
각 종들이 독립적이고 평행하게
진화한다는 라마르크와 달리
‘자연 선택’ 통한 새 진화론 제시

다윈이 갈라파고스 탐사를 통해 밝혀낸 진화 이론을 표현한 그림.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새는 하나의 섬에 살던 같은 종의 핀치새들이 여러 섬으로 흩어진 뒤 각 섬마다 생존에 적합한 부리를 가진 핀치새들만 살아남게 됐다는 설명이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다윈주의는 영국 내에서 진화론자로 널리 알려진 에라스무스 다윈의 손자인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1882)에 의해 학문적으로 정립되었고 대중적으로도 크게 알려진 진화 이론입니다.

그는 1831년 ‘비글’(Beagle)이라는 이름의 탐험선에 박물학자로서 탑승한 후 1836년까지 약 5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탐사 여행하는 과정에서 진화에 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찰스 로버트 다윈.

고향에 돌아온 후 그는 1858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1823~1913)와의 공동 논문을 통해, 생물의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이어졌으며 인위 선택인 선택적인 교배와 비슷한 현상이 생존경쟁을 거쳐 이루어지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해인 1859년에 기념비적인 저서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을 발표하며 자연 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진화론을 제시합니다.

기존의 라마르크주의에 따르면, 종들(species)은 서로 독립적이고 평행한 방식으로 진화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새로이 정립한 진화 이론인 다윈주의에 따르면, 종들은 그들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진화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다윈이 사망하기 전에 이 책은 6판까지 나오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윈주의적 진화론에 관한 그의 확신은 책의 문체를 통해 더욱 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부분은 ‘다윈주의적 진화론의 윤곽’을 개략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우선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개와 비둘기 등 여러 가축들의 사례를 들면서 그 가축들의 야생종은 어떠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 후 육종사의 ‘품종 개량’을 통해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원래의 야생종과 길들여진 가축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기게 된 까닭은 바로 인위적인 품종 개량, 즉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공 선택’(artificial selection)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후 당시 영국에서 널리 읽혔던 서적인 토머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1766~1834)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얻은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종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메커니즘으로서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많은 개체 수와 경쟁, 생존과 멸종이라는 자연적 과정에 의한)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게 됩니다.

그는 가축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불과 몇 세대 동안에 이루어진 인공 선택에 의해서도 엄청난 차이가 발생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된 자연 선택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합니다. 결국 이 첫 번째 부분은 품종 개량을 담당하는 ‘육종사’를 ‘자연’으로, ‘인공 선택’을 ‘자연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치환하는 방식으로 ‘자연 선택’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새로운 개념인 ‘자연 선택’이 다윈주의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찰스 로버트 다윈의 책 「종의 기원」.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다윈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 ‘진화론의 여러 난점들’을 설명합니다. (다윈의 책 출판 이후 수많은 진화론 반대자들의 주된 공격 내용들을 다윈은 이미 자신의 책 안에서 스스로 솔직하게 밝혔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눈(eye)처럼 ‘극도로 완벽한 기관’이 자연 선택을 통해 어떻게 우연적으로 생겨났는지, 뻐꾸기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그 둥지의 어미에게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탁란’ 방식과 생식력이 없는 일개미 집단에서 ‘협동’(cooperation)이 일어나는 방식 등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등에 관해 스스로 설명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그는 더 나아가서 자신의 자연 선택 이론을 입증하기에는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소위 ‘중간 화석들’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세 번째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부분입니다. 다윈은 화석 자료가 비록 미비하지만 그럼에도 종의 시간적 변화를 분명히 증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그는 식물과 동물의 지리적 분포와 흔적 기관 등을 볼 때 자연 선택에 기반한 그의 새로운 진화론이 생명 종이 고정되어 있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통념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윈은 이 책의 출판 직후부터 영국 성공회로부터 거센 공격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한 공격이 있을 줄을 이미 예상했으면서도 다윈이 자신의 이론의 약점을 자신의 저서 안에서 자세히 밝힌 것을 보면 그는 상당히 솔직하고 투명하면서 대범한 과학자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의 진화론이 구체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학문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다윈 당시 영국 성공회 측이 다윈을 공격한 내용들은 1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다윈주의를 공격할 때 주로 활용하는 근거들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