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기후위기 시대에는 고기 없는 보양식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8-09 수정일 2022-08-09 발행일 2022-08-14 제 330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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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주범 육류 대신 맛·영양 만점 ‘채소’ 보양
채식은 다양한 영양 보충과
혈당 조절 등에도 큰 도움
신앙적 ‘절제’ 의미도 담겨

사찰식 모듬전과 버섯전골.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복날에 꼭 고기를 먹어야 할까. 기후위기 시대인 지금, 탄소배출의 주범인 육식 대신 ‘고기 없는 보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말복(8월 15일)에는 채식으로 몸을 보양해보면 어떨까.

중복이었던 7월 26일 국회에서는 동물복지국회포럼 주관으로 ‘복날 채식? 오히려 좋아!’ 캠페인이 진행됐다. ‘동물복지 향상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친화적 식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취지다. 국회뿐 아니라 불교계, 환경단체 등 복날 채식을 권장하는 캠페인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전에는 동물의 생명권이 복날 채식의 주된 이유였다면,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육류 소비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10가지 식품을 꼽았는데, 그중 6가지가 육류였다.

특히 1순위인 소고기는 1㎏당 무려 26.5㎏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2.8g/㎞로 계산한다고 치면, 소고기 1㎏을 먹을 때 자동차로 서울에서 대전을 간 만큼 온실가스가 나오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교회도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주교회의가 제안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은 “육식보다는 채식을 생활화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금육을 통해 재(齋)를 준수하는 신자들에게 육류 소비의 절제는 신앙적인 의미도 크다. 금식과 금육을 하는 대재(大齋)와 소재(小齋)는 본능의 절제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자신과 이웃들의 각종 죄악을 보속하는 정신이 담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그리스도교 영성은 절제를 통해 성숙해지고 적은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능력을 제안한다”면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절제는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절제를 통한 생태적 회개를 강조했다.(222~223항)

육식을 하지 않으면서도 몸의 영양을 챙기는 보양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웃종교인 불교에서 좋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사찰음식 중 대표적인 보양식은 ‘채개장’이다. ‘채개장’은 고사리를 비롯한 나물과 두부, 버섯, 파 등으로 끓인 채식 육개장이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많을 뿐 아니라 버섯과 두부 등을 통해 단백질도 보충할 수 있다. 사찰하면 떠오르는 보리된장비빔밥도 좋은 여름철 보양식이다.

산채비빔밥.

버섯전골도 추천메뉴다. 버섯은 특유의 향과 쫄깃한 식감으로 고기 없이도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식재료다. 특히 채식으로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B복합체와 칼슘 흡수를 촉진하는 프로비타민D를 공급해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고, 혈당조절에도 도움이 돼 고열량 식사로 지친 몸을 보호해준다.

면 요리를 즐긴다면 콩국수나 들깨칼국수도 훌륭한 보양식이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시원한 콩국수의 주재료인 대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이다. 또 고소한 맛에 소화와 영양흡수가 빨라 더위로 기력도 입맛도 떨어진 여름철에 제격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오메가3, 칼슘, 비타민, 미네랄 등이 함유된 들깨를 주재료로 하는 들깨칼국수도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여름이 제철인 가지를 이용한 음식도 여름철 몸 건강을 지켜준다. 가지에는 섬유질, 단백질, 비타민, 칼륨, 망간 등 영양소가 있을 뿐 아니라, 자주색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가지는 덮밥, 볶음, 튀김, 냉국, 무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다.

늙은 호박을 이용한 호박찜도 영양만점 보양식이다. 늙은 호박은 비타민A, 베타카로틴, 식이섬유, 칼륨 등의 함량이 매우 높고 영양 면에서 균형 잡힌 식재료다. 또 부족한 영양은 호박 속에 채운 재료로 보완할 수 있다. 늙은 호박 속을 파내고 찹쌀, 꿀, 고구마, 버섯 등을 넣어 찌면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보양식을 만들 수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