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흥식 추기경, 교황청 성직자부에 새바람 일으켜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8-09 수정일 2022-08-10 발행일 2022-08-14 제 3306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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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제들에게 더 가까이”
사제들의 모범 사례 공유 플랫폼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편지 등
용기와 힘 불어넣는 노력 통해
지속적인 사제 양성·쇄신 도모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집무실에서 업무 중인 유흥식 추기경.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이끄는 교황청 성직자부가 전 세계 사제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모범적인 사제들의 사례를 모아 공유하는 플랫폼을 준비하는 등 사제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관련기사 10·11면

유 추기경은 본지가 최근 로마 현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사제 쇄신 없는 교회 쇄신은 있을 수 없다”면서 “사제들의 지속적인 양성과 신학생 양성을 통해 사제들이 기쁘고 힘 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성직자들에게 친구로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성직자부는 본당, 선교지 등 사목현장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는 사제들의 사례를 전 세계에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신학생, 사제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사제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사제로서 소명을 되새기고 사목적 열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유 추기경은 “신학적인 연구나 공부, 강론으로 사제들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많다”면서 “사제들은 좋은 모범과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새롭게 살겠다는 쇄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9일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편지도 사제들에게 다가가는 성직자부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유 추기경은 지난 3월 19일 성직자부 장관인 자신과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의 명의로 편지를 작성해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형식주의, 지성주의, 부동주의를 피하고 삶을 실천으로 옮겨 시노드를 살아가자는 강한 호소가 담겼다.

한국어를 포함해 14개 언어로 번역된 편지가 발송되자 전 세계에서 뜨거운 호응이 돌아왔다. 발송 전 초고를 읽은 교황도 “동의한다”며 “매우 좋다”고 답했고, 많은 주교들과 신부들도 감사로 응답했다. 일부 교구와 사제 모임 등에서는 유 추기경이 보낸 편지를 읽고 묵상한 내용을 답장으로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교황청에서 작성한 글과는 달리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유 추기경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제들의 실제 목소리를 경청해 편지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유 추기경은 편지를 보내기 앞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여러 대륙 여러 국가의 사제들을 초대해 1박2일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묵상 끝에 편지 초고를 작성했다.

유 추기경은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제 소임은 사제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라며 “신부님들이 구체적인 삶 속에서 공동체의 아버지도 되고, 아들도 되고, 친구도 되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친교의 인간, 대화의 사람’이 되어 멋있는 사제의 삶을 사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