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세계 반인신매매의 날 맞아 만난 ‘탈리타쿰 코리아’ 위원장 배미애 수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7-20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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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는 세계적 문제… 함께 연대해야”

강제노동·성매매 모두 포함
납치만으로 생각해선 안 돼
70여 개국 수도자 협력 중

인신매매 문제에 대응하고 연대하는 단체인 ‘탈리타쿰 코리아’ 위원회 위원장 배미애 수녀가 세계 반인신매매의 날을 맞아 가장 취약한 구조 안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인신매매는 단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동체 전체의 아픔이며 상처입니다. 우리 주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신매매를 척결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탈리타쿰 코리아’ 위원회 위원장 배미애(마리진) 수녀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 반인신매매의 날(7월 30일)을 맞아 인신매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연대를 호소했다.

‘탈리타쿰’은 인신매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국제네트워크다. 세계 여자수도회 총원장 국제연합회는 2009년 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현재 7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의 수도자와 성직자, 평신도들이 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2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현재 35명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배 수녀는 “인신매매가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교회도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에서 강제로 납치당하고 감금되는 등의 직접적인 상황만을 인신매매로 생각합니다. 인간을 상품화하고 착취하는 범죄 행위들도 인신매매에 속합니다.”

그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강제 국제결혼이 맺어지고 있다”며 “또 가수를 시켜준다고 필리핀, 중국 등에서 예술 흥행 비자로 들어왔지만 마사지숍이나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0대 소녀들도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도 개탄했다. 그는 “인신매매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수녀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가장 취약한 구조 안에 놓인 사람들”이라며 그 근본 원인으로 ▲정치적 불안정 ▲교육의 부재 ▲전쟁과 분쟁 ▲경제적 불평등 ▲남성 지배적 문화 ▲퇴폐적인 성문화 등을 꼽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의 탐욕과 부패, 몰인정으로 피해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탈리타쿰은 올해 세계 반인신매매의 날을 맞아 ‘보살핌의 힘’에 집중하기로 했다. 배 수녀는 “보살핌은 여성 수도자와 활동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탈리타쿰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면서 “이 보살핌의 힘으로 깨어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상처를 치료하고 위험에 처한 개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탈리타쿰은 마르코 복음 5장에 나오는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한 뒤 손을 잡으시자 생명이 없어 보였던 소녀는 곧바로 일어나 걸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폭력과 착취로 인해 상처받고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탈리타쿰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연대해야 합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