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괜한 걱정일까? / 박영호 기자

박영호 안드레아 기자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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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9년 11월 일본을 방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이 투하됐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찾았다. 돌아오는 기내회견에서 핵무기의 사용은 절대 금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핵무기 사용 금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핵발전도 안 된다는 것 역시 당연하다. 교황은 핵발전이 한 번의 사고로도 중대한 피해를 일으킬 것이기에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기 전에는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핵발전은, 수많은 사고들을 통해 볼 때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따라서 사용해선 안 된다.

새 정부의 핵발전에 대한 지지와 집착은 괴이할 정도다. ‘탈핵발전’이 ‘바보 같은 짓’이라거나, 핵발전에 대해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등의 발언과 사고는 아찔하다. 백 번 양보해 그 본의가 ‘안전하게 핵발전을 활용하면 나라와 국민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이해해도 여전히 현기증이 난다.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침식을 잊고 근심하고 걱정한다는 말이요, ‘괜한 걱정’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다. 하늘이 무너질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근거가 있고 사례가 있는 걱정은 진지하고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멀쩡해 보이던 다리가 무너진다던가, 짓던 건물이 붕괴한다던가 하는 일은 종종 보는 일이고 그럴 때마다 안전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는 당연한 말들이 난무한다. 핵발전소 사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수백 건에 이르는 크고 작은 국내 핵발전소의 사건 사고들을 외면하면서 안전에 대한 주의를 ‘관료적 사고’로 여겨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박영호 안드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