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연방대법원, 반세기 만에 낙태합법화 폐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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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낙태권 보장 안 돼”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어
한국도 생명보호 법안 절실

미국 연방대법원이 6월 24일 197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임신중절을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례(이하 ‘로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었다.

미 대법원은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며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서 “이에 따라 이 판결은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민과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낙태에 대한 결정권을 주 정부로 돌려보냈다. ‘로 판례’가 이뤄진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미 대법원이 낙태가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고 결정함에 따라,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로 판례’는 여성의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것이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명시한 사생활 자유에 대한 침해이고 이를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태아의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임신 22∼24주 이전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했다. 이로써 미국의 모든 주와 연방의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률들을 폐지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이 판례로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만 6350만 명의 태아가 목숨을 잃었다.

미국 주교회의는 성명서를 발표, “50년 동안 미국은 다른 사람들이 살지 죽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부당한 법을 시행해 왔다”며 “이 정책은 태어날 권리조차 거부당했던 수천만 명의 태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과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낙태를 규제할 권한을 반환하는 것일 뿐”이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법과 정책을 제정할 것”을 호소했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도 “인간생명 보호는 개인 권리에 국한된 채로 남아있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념적 진영에 빠지지 말고 생명을 우대하는 정책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 결정이 여성의 선택권에 밀려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유의미한 출발선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도 미국을 본보기로 삼아 낙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일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낙태죄 처벌 조항이 효력을 잃었지만,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아 입법 공백 상황이 이어져 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후고) 신부는 “헌법은 당연히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교회는 어떠한 낙태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낙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법안이 하루빨리 제정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