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나, 사랑하기 / 이소영 기자

이소영 아녜스 기자
입력일 2022-06-21 수정일 2022-06-21 발행일 2022-06-26 제 330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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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방식으로 다른 이를 대한다. 6월 1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주제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법 보완이 3년 넘게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입법자들에게 여성 건강 보호와 태아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 마련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여성이 낙태가 자신의 정신·신체적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면 낙태하지 않고 자신도, 태아도 살릴 수 있다며 스스로 소중함을 느끼고 깨닫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동아시아 사목연수원 첫 한국인 원장 정제천(요한) 신부를 인터뷰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정 신부는 누구나 자신을 잘 살피고 돌보며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인식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시간은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시간 ‘쉼’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고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사목자들조차 탐욕적이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 재단하는 사업자나 경영자처럼 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삶 속에서 신앙인은 자칫 이러해야 한다거나 저러해야 한다는 틀에 갇히기 쉽다. 예수님께서 못 박혀 돌아가신 것처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거나 늘 죄인이라는 인식을 하며 죄책감을 지니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끼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이다. 이를 알고 스스로를 사랑할 때 우리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신 주님의 깊고 충만한 사랑을 다른 이에게도 전할 수 있다.

이소영 아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