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ll for You’전 여는 선종훈 작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6-08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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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하느님 알고 나서야 사랑과 자비 깨달았죠”
‘천인도’에서부터 최근 작품까지
진리 추구와 기도의 마음 담아
15~20일 명동 갤러리1898 전관

6월 15~20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관에서 전시를 준비 중인 선종훈 작가가 작업실에 소장 중인 전시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하느님께서 저를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26년 전 하느님을 몰랐던 과거의 제 모습까지 모두 품은 시간이었습니다.”

6월 15~20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관에서 전시를 준비 중인 선종훈(프라 안젤리코) 작가. 그의 이번 전시 주제는 ‘All for You’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사목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에서 착안했다.

“추기경님의 사목표어가 ‘많은 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저는 ‘모든 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선종훈, ‘천인도’와 ‘작대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주 작품인 ‘천인도’에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다.

1994년 33살이 되던 해에 그는 가족을 데리고 프랑스 중부 오를레앙 남쪽의 솔로뉴 숲속으로 떠나 3년을 지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24살에 결혼해 자녀 둘을 낳고 학생들을 가르친 지 10년 만의 결정이었다.

선 작가는 “계속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새기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모든 고민의 중심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 간 지 3년째인 1996년에 사람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공부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는 그렇게 1년 만에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 1000명의 얼굴을 담은 ‘천인도’를 완성했다. 세례를 받기 전이었지만 이처럼 그는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했다. 하지만 늘 마음 한켠엔 허전함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절친한 친구인 고(故) 장동호 작가(프란치스코·1961~2007)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장 작가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불꽃처럼 성미술에 헌신한 작가였다. 선 작가는 “신앙 안에서 어떠한 욕망도 없이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졌던 친구를 늘 부러워했다”며 신앙인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다 우연히 딸이 먼저 세례를 받았고 2014년 자연스레 선 작가도 세례를 받았다.

선종훈, ‘평화의 모후’.

신앙인이 된 그는 이후 성화, 특히 성모님을 형상화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2017년에는 ‘아베 마리아’로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김대건,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 ‘영혼의 벗, 김대건 최양업을 만나다’전에도 참여했다.

“김대건·최양업 신부님을 만나니 신앙 선조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몰랐던 시기에 그린 천인도에서 신앙 선조들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방황하던 내 모습까지도 성령께서 인도하신 것이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천인도 외에 김수환 추기경과 성모님의 모습 등을 그린 40점의 작품도 공개한다. 가장 최근에는 손잡이에 수많은 세모 모양을 그려 넣은 작대기 오브제 작품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지팡이가 되어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이 희망의 하느님을 찾으며 일어서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세모꼴을 빽빽하게 그려 넣은 이유는 삼각형이 성호를 그을 때 나타나는 형태이고, 삼위일체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하게 반복하는 묵주기도를 통해 묵상으로 이끌어지는 것처럼 같은 모양을 수없이 새기며 기도의 마음을 담았다. 세례받은 후 그가 그린 작품들에는 수많은 세모 모양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캔버스를 메우고 있다.

“뒤늦게 사랑과 자비를 느꼈습니다. 천인도에서 시작해 작대기로 이어지는 저의 긴 신앙 여정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