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상)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5-25 수정일 2022-05-25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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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주님께 의탁하는 이들이 모여

1950년대 초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 창립자들과 초기 수녀들.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 제공

‘나 주님께 의탁하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1928년 벨기에에서 창립된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이를 모토로 살아가는 국제 수도회다. 일생을 주님께 의탁하는 수녀회의 모토는 창립자들 삶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녀회는 폐결핵, 골수 결핵을 앓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픈 어린 소녀였던 성삼의 마리 마들렌 수녀, 선교 사제인 페르디낭 마르카스 신부가 설립했다.

마들렌 수녀는 생후 11개월에 소아마비에 걸려 걷지 못했다. 그녀 어머니는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다시 걷게 될 것”이라며 주님께 의탁했고, 그녀는 9살 때 제라 성인에게 9일 기도를 바친 후 기적적으로 다시 걷게 됐다. 일생을 거의 침대에서 생활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하느님을 향한 그녀의 의탁 정신은 강했다. 만 10세 무렵인 1910년 처음으로 영성체하며 매일 미사 참례와 묵주기도를 약속했고, 1917년 2월 1일 기도 중 ‘너를 희생 제물로 봉헌하여라’라는 주님 말씀을 듣고 “예”하고 답했다.

1923년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그녀 주위로 함께 기도하려는 자매들이 모여들었다. 1925년부터 그녀 집으로 하나둘 와서 기도하며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고, 1928년 6월 15일 공동체가 리에즈로 자리를 옮기며 수녀회가 뿌리내렸다.

마르카스 신부 역시 주님께 의탁했다. 첫영성체 날부터 사제가 되겠다고 밝힌 그는 평생 목자로 살았다. 벨기에 말린-브뤼셀대교구장 메르시에 추기경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도회 창립을 제안할 때도 그는 여자 수도회를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과 적군을 보호, 숨겨줬다는 이유로 독일군에 체포돼 고통받았을 때도 그는 어떤 혹독함을 겪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3년간 체중이 40㎏ 이상 빠진 고통에도 그는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의 기도를 바치려면 용서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다 1953년 눈을 감았다.

마르카스 신부는 건강 때문에 환자 방문이 어려운 마들렌 수녀의 본당 신부 대신 병자영성체를 해주기 위해 1923년 그녀를 만났다. 메르시에 추기경이 “도와줄 영혼이 있을 것”이라며 수녀회 창립을 제안한 말씀을 그녀를 보자마자 떠올렸다. 둘은 병자영성체를 위해 매일 만나며 영적으로 대화했다.

수녀회 창립은 시대적 요청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을 뿐 아니라, 전염병과 가난·실직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이를 잊기 위해 알코올·약물 등에 의존했다.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 고통받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인 중독자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빠져있던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수녀회는 주님께 의탁하며 탄생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