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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신앙 서적 2권 동시에 펴낸 손희송 주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5-03 수정일 2022-05-06 발행일 2022-05-08 제 329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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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극복하고 신앙 기초 쌓는 방법, 기도와 말씀 속에 있죠”
현장 중심의 학술논문 싣고
신앙 입문자 위한 글도 담아
“복음 통해 신앙의 기쁨 얻고
기도로 예수님 곁에 머물길”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이」를 함께 펴낸 손희송 주교는 "신앙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을 펴냈다"며 "신자분들이 신앙의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고 말한다.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 280쪽/1만5000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이」/ 200쪽/1만4000원/가톨릭출판사

“복음은 ‘기쁜’ 소식이잖아요? 복음을 많이 읽고 묵상하면서 우리 신앙이 깊어지면, 다른 사람들은 기쁨을 찾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기뻐할 수 있죠. 책을 통해 신자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신앙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280쪽/1만5000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이」(200쪽/1만4000원/가톨릭출판사), 두 권의 책을 함께 펴낸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신앙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을 펴냈다”며 “신자분들이 신앙의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65세가 되면서 ‘대학에 그대로 있었으면 교수 정년을 맞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의 논문들을 모아 단행본을 만들면 제게도 기념이 되고 읽는 분들도 신앙에 관해 생각하고 신앙을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펴내게 됐어요.”

오스트리아 유학 10년, 가톨릭대학교 강단에서 20여 년. 학자로서 살아온 이 시간은 손 주교에게 소중했던 한 시기다.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는 손 주교의 ‘학자로서의 삶’을 담아낸 기념비적인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책에 편집된 7편의 논문은 신앙을 키워가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문제들을 신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글이다. 구약성경에서 나타나는 하느님의 폭력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일까, 하느님 체험은 그저 환상일까 등 책에 담긴 논문은 학술논문임에도 신앙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주제들이다. 뿐만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손 주교가 학자로 살아오면서 현장에 가까운,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신학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손 주교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들이 제 관심사여서 그런 쪽으로 논문을 많이 썼다”면서 “항상 ‘과연 이 학술적인 것이 신자들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신자들의 신앙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 위기에서 우리 신앙을 어떻게 간직하고 보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신앙의 기초를 쌓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썼던 책에 글을 보태 증보판을 냈어요.”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가 학술적이라면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이」는 신앙 입문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손 주교는 책에서 우리 신앙생활의 기본이 되는 성경 말씀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 미사와 성사, 사랑의 실천 등에 담긴 의미를 풍부한 예화와 가르침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책은 ‘신앙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2014년 출판한 「행복한 신앙인」에 신앙 성숙과 위기를 견디는 신앙에 관한 글을 더한 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신앙에 의미를 잃고 신앙생활이 흐트러진 이들이 다시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손 주교의 마음이 담겼다.

위기를 이겨내는 신앙, 손 주교는 신앙 선조에서 그 비결을 찾았다. 박해시기 신앙선조들 역시 지금 우리처럼 자유롭게 성사생활을 할 수 없는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박해를 딛고 신앙을 지켜낸 것은 신앙선조들이 부단히 신앙의 기초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 신앙의 기초를 쌓는 방법이란 다름 아닌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손 주교는 “자력이 없는 철 조각도 지남철에 오래 붙어있게 되면 자력을 얻는 것처럼 사랑이 별로 없는 우리도 예수님께 딱 달라붙으면 ‘사랑의 자력’이 생긴다”며 “우리는 기도와 말씀, 전례 생활을 통해 예수님 곁에 머물러 있고 거기서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러 책으로 신자들의 신앙을 도와온 손 주교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한 꾸준히 책을 써갈 계획이다. 이는 올해 선종 1주기를 맞는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의 부탁이기도 하다. 주교 임명을 받고 정 추기경을 방문했을 때 정 추기경은 손 주교에게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 담긴 성물을 선물로 건네며, “앞으로도 신앙에 관한 책을 계속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이가 들수록 제가 누군가에게 해준 기도나 관심보다 다른 분들이 제게 해주신 기도와 관심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교회에서 글을 쓸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셨으니 그런 방식으로도 하느님을 섬기고, 또 기도와 관심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가능한 책을 써나가려고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