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병원에서 맞이한 감사기도

김정헌(마태오·의정부교구 고양 행신2동본당)
입력일 2022-04-12 수정일 2022-04-12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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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계시면 누구나 하는 걱정일 것이다. 부모님과의 이별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그냥 TV 연속극에 나오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막상 신생아가 되어가는 아빠를 병상 옆에서 지켜보니 온몸으로 느껴진다. 내 몸이 찌릿해 옴을.

입원과 퇴원을 한두 번 반복하다가 집에 계시던 사나흘 동안 열이 나고 힘들어하셔서 구급차를 불렀다. 근처에는 응급실이 없어서 좀 멀리 떨어진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오자마자 아버지의 상태를 보더니 중환자실로 모셨다. 다행히 중환자실로 가기 직전 원목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게 해주시니 참 편했다. 이제는 우리가 아빠를 모시는 게 아니라 성모님께서 챙겨주신다고 생각하니 가족 모두는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꼈다. 아빠는 기도를 받으시려고 성가롤로병원으로 가셨던 것이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기고, 병실에서 간호하며 아빠 손을 잡고 묵주기도를 했다.

말씀은 못하시지만 영상통화를 통해 가족들과 성호경 그을 때도 손바닥이 당신을 향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향하는 모습이 마치 강복을 주시는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 같았다.

3주 전에 입원했을 때는 묵주기도를 주고받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목소리마저 아끼신다.

이제는 그리울 것이다. 아빠의 이 십자성호도.

병원 성당에 앉아서 잠시 생각해봤다. 내가 청원기도를 많이 하는지 아니면 감사기도를 많이 하는지. 평상시에는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청원기도를 하는 것 같고, 아프다거나 세상이 힘들었을 때 오히려 감사함을 찾았던 것 같다.

왜 감사한 상태에서는 감사함을 못 느끼는 것일까? 힘들었을 때는 일상생활로 되돌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회복시켜 주시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또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이런 숱한 반복을 얼마나 하면서 살아야 할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감사함을 느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체도 감사함을 찾으려는 합리화, 아니 주님께 대한 변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서 행복하다. 한번이라도 더 감사함이란 존재를 생각해 봄이.

김정헌(마태오·의정부교구 고양 행신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