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생각도 죄인가요?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3-30 수정일 2022-03-30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각이 행동의 원인 될 수 있어
죄의 원천 차단하는 의미일 뿐
구체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으로 짓는 죄는 비현실적

본당에서 사목할 때 ‘미사 기도문 중에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생각도 죄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우선 죄가 어떤 것인지부터 생각해보아야 할 것같다. 죄란 개념적으로 말한다면 관계를 망가뜨리는 행위,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죄를 지을 수 있는 수단은 말과 행동이다.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폭행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말로도 사람에게 정신적인 폭행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말과 행동으로 지은 죄라는 기도문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생각의 경우는 다르다. 상대방에 대하여 좋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것도 죄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 우선 생각으로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무리 능력자이고 초인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 어떤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기에 생각으로 죄를 짓는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생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의지적인 생각과 무의식적인 생각. 사람은 의지적인 생각보다 무의식적인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은데, 무의식적인 생각은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분심이 바로 무의식적인 생각들이다.

기도 중에 떠오르는 온갖 불편한 생각들 때문에 많은 신자분들이 생각으로 죄를 지었다고 고해성사를 하시는데, 그런 생각들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기에 죄가 되지 않는다. 책임을 묻는다면 하느님께 물어야 한다. 인간을 창조하실 때 불완전하게 만드신 분이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미사경문에서 생각도 죄가 된다고 명문화한 것인가? 심리학적인 무지일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생각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하게 하는 원인이기에 원천을 차단하는 의미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의도를 모르고 무작정 기도문을 외울 때 자칫 강박증적인 신앙관이 생길수도 있기에 기도문의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꼰대유머 하나. 본당에서 사목할 때. 한 청년이 미사에 참례하러 왔다. 그런데 영성체를 하려다 말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미사 후 물어보았다.

“왜 그랬니?”

“영성체를 하려는데 갑자기 미운 놈이 생각이 나서 영성체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밥 먹다가 미운 놈 생각나도 밥을 안 먹니?”

“아니요. 열 받아서 더 먹어요!”

“그런데 왜 영성체는 안 하는 거니?”

“성체를 영하는데 그런 생각하면 죄라고 생각돼서요.”

“아니란다. 미운 놈 생각난다고 영성체 안 하면 너만 손해란다. 생각나더라도 성체는 영하거라.”

가끔씩 일어나는 해프닝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