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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내 영혼의 MRI를 찍으며 / 김주후

김주후 요한보스코,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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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목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여러 해 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경추에 충격이 가해졌는데, 그때 생긴 문제가 재발한 것이다.

다행히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고 간단한 시술을 해서 통증을 조절하게 되었다.

시술을 받기 전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MRI 촬영을 하게 되었다. 좁은 통로처럼 만들어진 검사기계 안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서 대략 20분 정도 꼼짝 못하고 누워있어야 했다.

거기다가 “윙윙~ 끽끽~ 으르렁” 이상한 기계음까지 들려오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주-니-임~~ 펴-엉-화”를 계속 되뇌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검사 결과를 본 의사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차피 병원에 올 수밖에 없는 목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업 특성상 거의 매일 책을 들여다보거나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세월이 수십 년 지나다보니 이제 목도 뻑뻑해지고 결국 흔히 말하는 ‘일자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더해 스트레스까지 쌓이면서 목에 긴장감이 더해지니, 목 통증은 세월의 흔적이자 직업 관련 스트레스의 열매라 하겠다.

그런데 목에 문제가 생긴 이유를 살피는 과정에서 문득 든 생각은 “머리만 중심을 잃고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일까?”였다. 그래서 내 몸만이 아니라 내 영혼의 중심이 어디로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다시 살피게 되었다.

그 결과, 내 마음 역시 균형감을 잃고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중심이 기울어진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저 내 고집으로 버티고 있음도 발견하였다.

바로 이런 때에 사순 시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든 생각은 “그럼, 영적 균형이 깨어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되돌리는 노력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이다.

그러면서 목 디스크의 시술을 위해 정밀검사가 필요한 것처럼 내 영혼의 MRI를 찍는 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더 강력하고 치밀한 제3자의 눈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나의 본모습을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번 사순 시기에 세 가지 일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영혼의 성숙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 분들께 전화부터 드려야겠다. 또 영적 성장을 위해 대화를 나누어온 스승들을 더 자주 찾아뵙고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부터 내 영혼의 균형을 잡아 주어온 초강력 MRI인 고해성사를 더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주~님, 평~화!”

김주후 요한보스코,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