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창간 95주년 특집] ‘함께 걸어가는 길’ - 한국교회 시노드 상황

특별취재팀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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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체는 신자…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성패 가른다
각 교구,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
‘참여’ 자체의 중요성 강조
본당 단위 넘어 경청 위해 노력
홈페이지·비대면 모임 등 활용

경청·대화 넘어 ‘식별’로
의견 해석하고 종합하는 과정
성령의 이끄심 파악해야

한국교회 각 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전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구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3월 중순을 넘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노드 여정에 대한 초기의 의구심과 생소함은 이제 시노달리타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함께 걸어가는 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교구 단계 시노드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1월 23일 열린 서울 구의동본당 청년 시노드 모습.

■ 코로나 시국에?

지난해 10월 시노드가 개막되고 각 교구별로 교구 단계 시노드에 들어가면서, 신자들은 첫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장 먼저 “이런 코로나19 시국에?”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과 엄격한 거리두기로 가까운 이들과도 물리적인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청과 대화의 모임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또 하나의 반응은 “내 의견이 과연 교회 운영에 반영이 될까?”하는 의구심이었다. 이러한 회의적 반응은 교회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부정적 체험을 한, 열심했던 신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났다. 성직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 운영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던 신자들은 아무리 회의를 해도 결국은 자신의 의견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회 현실을 한 번쯤은 경험했던 이들이다.

반면에 교회가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에 대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교회 전체가 나서 자신의 의견을 묻고 있다는 것에 행복해한다.

■ 시노달리타스의 체험

시노드 여정이 수개월 동안 진행됨에 따라 초기의 회의적인 반응들은 곧 신뢰와 열의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각 교구가 시노드 초기부터 홍보와 교육에 각별한 힘을 기울인 덕분이다.

부산교구 단계 책임자 노우재 신부(미카엘·부산 수정본당 주임)는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노달리타스가 없으면 우리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에 이어 교구와 본당에서의 조직적인 경청 모임이 이어졌다. 일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충분한 횟수의 모임은 어려웠지만 대부분의 교구들이 최대한 많은 신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꼼꼼한 모임 일정을 수립하고 진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구 시노드 책임자 혹은 팀은 시노드가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자들 역시 제한된 일정과 범위의 모임에서 가시적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보다는 경청과 대화에 참여하는 체험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인천교구 시노드 준비위원장 정병덕(라파엘) 신부는 “시노드 나눔의 과정을 통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게 됐다”며 “경청과 대화의 나눔에 함께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10월 20일에 열린 수원가대 제41회 학술발표회 모습.

■ 본당, 그리고 본당을 넘어서

시노드 교구 단계는 일차적으로 각 본당에서의 경청 모임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교황청 시노드 사무국은 편람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교구에서는 본당에서의 경청 모임 외에 교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목 분야의 경청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의정부 주교좌성당 대강당에서 열린 교구 내 본당 민족화해분과위원 상반기 연수에는 16개 본당 분과장과 위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연수는 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매년 2차례 마련하는 연수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 경청 모임으로 진행했다.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대화’와 ‘민족화해와 교회’라는 2가지 주제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는 민족화해라는 우리 민족의 지난한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을 나눴다.

의정부교구는 이처럼 본당의 울타리를 넘어서 본당 외 사목 분야의 경청 모임을 광범위하게 마련했다. 여기에는 지역의 시민사회와 이웃 종교, 이주민과 난민, 장애인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인천교구 역시 청년층과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경청 모임을 마련한다.

■ 교구 단계의 마무리는 식별

대부분 교구들은 3월 말 또는 4월 초 경청 단계를 지나 식별의 단계로 들어선다. 서울대교구는 3월 말까지 경청 단계 진행을 마무리한다. 교구 시노드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현재까지 약 1700여 개의 의견이 접수돼 있다. 교구는 4월과 5월에는 제안된 의견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하고 식별해 이를 바탕으로 교구 문서를 종합한다.

인천교구도 2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식별의 과정을 통해, 시노드 과정 안에서 나눴던 의제들을 성찰하고 공동체 식별의 시간을 갖는다. 군종교구 역시 이미 3월 10일 각 본당별로 의견을 정리해 교구에 제출했고, 이후 교구에서는 제출된 안건들을 분류, 정리한다.

식별의 단계는 성령의 이끄심에 대한 식별이라는 점에서 경청과 대화의 단계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책임자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주교와 사제들이 신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성령의 이끄심에 어떻게 귀를 기울였는지, 신자들이 성령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식별했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모인 의견들을 해석하고 성령의 감도를 식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신자들의 자발성과 신앙감각

시노드 여정에 있어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발성이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최현순 교수(데레사ㆍ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는 “아직 권위주의가 남아있는 한국교회에서 자발성은 시노드 여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신자들 각자가 자신이 교회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발성은 신자들의 신앙 감각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박문수 박사(프란치스코ㆍ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위원)는 “교회운영에 있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가져야 하는 공동책임감은 신자들의 신앙 감각과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본회의로 절정을 이루고, 교황은 본회의가 열린 뒤 1년 남짓 후 시노드 후속 문헌을 통해 시노드의 성과들을 보편교회의 운영에 반영하도록 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교구 단계 시노드는 그 전체 여정의 기초를 이룬다. 따라서 이 과정은 가시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번 시노드의 주제인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는 장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1월 12일에 진행된 수원교구 교구청 사제 시노드.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