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행복을 싣고 달리는 버스 기사입니다

박기석(시몬·대구대교구 포항 장량본당)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5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도 시민들의 발이 되어 달리는 포항 시내버스 기사 박기석 시몬입니다. 재작년 2020년 여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17년간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으며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되었죠. 대학생인 두 아이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곧바로 구직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50대 중반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매일같이 성모순례지인 흥해성당과 오랜 기간 호스피스 봉사를 했던 포항성모병원의 성당으로 출근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예전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경험을 살려 버스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기다리는 두 달 동안 성모님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수녀님께서도 제가 매일 기도하는 것을 아시고 점심요기가 될 만한 것을 날마다 챙겨다 주셨죠. 여기저기 일자리도 알아봐 주시고 기도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정말 그 고마움은 잊을 수 없습니다. 두 달 후 면접을 보았지만 운전 경험이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때의 실망감은 너무나 컸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전세관광버스 일자리를 어렵게 구해 다시 시내버스에 도전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4개월 후 재차 시내버스에 지원서를 내었고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그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꼭 포항에서 가장 친절한 버스기사가 되겠다. 어려울 때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꼭 보답하겠다.’ 그리고 ‘이 시내버스 운전직을 통해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겠다’고 다짐하며 사도직으로 저의 직분을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라는 말씀을 깊이 간직했습니다.

내가 운전하는 버스를 하느님 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버스, 안전과 친절로 기다려지는 버스. 그래서 버스 안에서 복음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버스 운전이 즐거웠고 매일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우리 아이들, 친구 대하듯 저는 더욱더 최선을 다해 승객들을 모시려 노력합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타시는 분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차를 세우고 승·하차를 직접 도와드립니다.

버스 회사와 포항시청으로 시민들의 칭찬제보가 쇄도했고 언론에도 소개되는 영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포항시장님으로부터 감사와 격려의 전화도 받았습니다. “와, 세상에 이런 버스기사가 다 있네.” “포항에 정말 멋진 기사가 있다네요.”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저는 목표와 희망을 새롭게 합니다.

오늘도 십자가를 그으며 운전대에 오릅니다. “주님, 저의 말과 행동이 당신을 세상에 내어주는 사랑의 활동이 되게 해주십시오.”

코로나19 팬데믹 안에서 실직과 기다림, 취업까지 지나온 모든 시간은 고통이 아니라 주님의 이끄심이자 부르심이었음을 믿으며 더없는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버스운전 사도직을 통해 복음을 실천하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주님의 은총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오늘도 성모님께 의탁하며 도움을 청합니다.

박기석(시몬·대구대교구 포항 장량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