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내 건강 비결, 달리기와 걷기 / 고영초

고영초 가시미로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5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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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삼락(三樂)을 구가했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1998년 4월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으로 이직하였다. 서울백병원은 도심에 있어, 병원 생활의 일부가 된 테니스를 칠 환경이 못 되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은행회관 지하의 꽤 괜찮은 헬스클럽이었다.

아침 일찍 헬스클럽에서 샤워와 간단한 운동 후 병원에 도착하면 아침 회진, 회의나 수술에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수술 후 스트레칭과 거꾸로 매달리기를 할 수 있어 목과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트레드밀 달리기 거리와 속도가 늘면서 오십 줄에 접어들기 전에 마라톤을 뛰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주요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춘천마라톤(이하 춘마) 코스 주변 단풍이 멋져 보여서 첫 마라톤을 춘마로 정했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하프 코스도 경험하지 않은 채 2001년 10월 춘마 풀코스에 도전했다. 하프 코스가 없어 풀코스를 신청해 뛰다 힘들면 중단하려 했는데, 무리하지 않고 뛰다 보니 완주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첫 완주 기록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4시간 10분이었다. 이후 3년 동안 풀코스 7회와 하프 코스 10여 회를 완주하면서 은근히 보스턴 마라톤을 염두에 두고 달리니 기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기록은 2003년 춘마에서 3시간 51분이었고 하프는 1시간 43분이었다. 더 좋은 기록을 기대했던 2004년 10월 춘마는 총 7회 풀코스 중 가장 힘들고 기록도 가장 저조했다. 초반 페이스를 무리했더니 마지막 5㎞는 쉬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겨우 결승선을 통과했다. 완주 후 일주일간 무릎 통증이 지속되고, 주변에서 후유증으로 무릎이나 발목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라톤을 중단하게 됐다.

2005년 3월 건국대병원으로 이직한 후에도 건국대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에서 샤워 후 출근하고 수술 후 스트레칭과 거꾸로 매달리기를 지속했다. 점차 트레드밀 달리기는 무릎 건강을 위해 줄이고 빠르게 걷기를 했다.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실내 운동이 어려워져 집 근처 양재천과 대공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과천에서 35년 동안 살아오면서 집에서 20분만 걸으면 올 수 있는 대공원을 걸을 생각을 왜 못했는지 후회막급이었다. 걷기에 취미를 붙여 병동 회진이나 수술장에 오갈 때에도 최대한 계단을 이용했다.

이렇게 실천하니 병원에서 걷는 거리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거리를 합산하면 매일 8000보에서 1만2000보가 되었다. 여기에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엔 날씨와 관계없이 무조건 한 시간 이상 걸었더니 하루 평균 2만 보를 훌쩍 넘기게 되었다. 월 2~3회 가는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타지 않으니 1만2000~1만5000보를 추가로 걷게 되어 그런 날은 누적 걸음 수가 거의 3만5000보를 넘기도 했다.

2020년 5월에 걷기 앱을 깔고 시작한 걷기 누계는 월 평균 55만~80만 보를 걸어 지난 21개월간 걸은 거리가 서울부터 부산까지 10회 이상을 왕복한 거리가 됐다. 걸으면서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유익한 방송도 들으니 즐거울 뿐 아니라 노후에 쓸 근육을 저축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걷기는 테니스나 달리기보다 덜 과격해 다칠 염려도 없어 근육 감소증을 예방하고 치매나 기타 성인병을 예방하는, 중년에 가장 추천할 만한 운동이라 하겠다.

고영초 가시미로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