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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연민과 정의의 정치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5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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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제일 문제라고들 한다. 정치인들의 부족함도 문제이지만, 매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내는 언론들도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자주 회자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말에서도 그 역대(歷代)가 언제부터를 지칭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불만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구의 ‘정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인 걸 보면, 현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주장이 가깝게 다가온다.

미국의 교육가이자 영성가인 파커 팔머(Parker J. Palmer)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 어린이, 노인, 정신질환자, 가난한 사람 그리고 노숙인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고통을 겪을 때 우리 민주주의의 성실성도 고통을 겪는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불만족스러운 정치’에는 분명 우리 신앙인들의 책임도 들어가 있다. 신앙인들이 정치인들에게 ‘연민과 정의’를 기대하기보다는, 정치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적인 욕망과 결부시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복음이 가르치는 정의와 사랑이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차지해야 하는 ‘빵’만 먼저 요구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의 실수, 부패, 무능 때문에, 정치를 ‘불쾌한 표현’으로 여기는 현상을 지적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를 불신하게 만들고 경제로 대체하게 하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정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신다. “그러나 정치 없이 우리 세상이 돌아갈 수 있습니까? 올바른 정치 없이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 평화를 향한 효과적인 발전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회칙 「모든 형제들」 176항)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닐 수 있지만, 이 나라의 정치가 변화될 수 있도록 더 간절히 기도하자. 평화의 사명을 지닌 신앙인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남북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새 정치를 통해서 한반도의 모든 이가 함께 정의를 고민하고 서로 연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