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전례 꽃꽂이 주제 논문으로 원예학 박사 학위 받은 박명희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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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말씀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

취미로 꽃꽂이 시작했지만
전례 꽃꽂이에 빠져 들어
신학·원예학·농학까지 섭렵

“우리 교회 전례에서 꽃꽂이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 중요성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준 것 같아 기쁩니다.”

박명희(체칠리아·77·제1대리구 의왕본당)씨는 올해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원예학과에서 ‘성주간에 따른 가톨릭 전례 꽃장식의 선호도 분석’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논문에는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주제로 제작한 전례 꽃꽂이를 본 호주 시드니 한인본당과 수원교구 제2대리구 수리동본당 신자들, 사제 및 수도자, 꽃꽂이 연구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그 결과 일반 신자 77.6%와 사제 및 수도자 81.3%가 전례 꽃장식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박씨는 “논문에서 얘기했듯 미사 전례에서 전례 꽃꽂이는 자연이라는 매개체로 하느님의 현존과 영광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성경 구절과 꽃 작품 간 연결성에 대해서도 설문에 응한 신자 약 80%가 관련성이 높다고 답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꽃꽂이를 시작한 건 1970년. 세 자녀를 키우며 고단한 심신을 위로할 취미삼아 (사)한국꽃꽂이협회 소속 ‘헬레나회’에서 꽃꽂이를 배우면서였다. 박씨는 이후 1980년 전라도 여수 선원동성당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강론을 듣고 교회에서 성경 구절을 표현한 꽃꽂이로 재능을 봉헌할 것을 결심했다.

이는 1995년 서울대교구 가톨릭 전례 꽃꽂이 연구회가 창립되고 2대 회장을 역임하며 실천할 수 있었다. 박씨의 전례 꽃꽂이에 대한 관심은 신학과 원예학으로 그 가지를 넓혀갔다. 전례 꽃꽂이를 위해 전례 자체를 더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2004년에는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또한 전례에 활용할 식물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2012년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 입학해 원예학·농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씨는 현재 서울 이태원성당 헌화회 회원들에게 주 1회 전례 꽃꽂이 강의를 하고 있다. 매번 일정을 함께하는 남편은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동반자다.

“꽃꽂이에 대한 열정을 믿어준 가족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박씨는 교회에서 꽃꽂이가 종교 예술의 하나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 헌신할 뜻을 밝혔다.

“꽃꽂이를 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꽃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을 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살아가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