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조혈모세포 기증 수술한 춘천 만천본당 주임 김도형 신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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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나눔 실천할 기회 주신 주님께 감사”

신학생 때 신청… 18년 만에 기증 
조직 적합자 찾을 확률도 희박
환자에게 ‘내일’ 선물하는 기적

“하느님께서 주신 나눔의 기회였어요.”

춘천 만천본당 주임 김도형(스테파노) 신부는 최근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조건이 일치할 확률은 희박하다. 형제자매 간 4명 중 1명, 부모 자식 간 불과 5%, 비 혈연관계에서는 2만분의 1도 채 안 된다. 김 신부가 기증을 신청하고 실제로 기증이 이뤄지기까지 18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김 신부는 “이 고귀한 생명 나눔 실천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신학생 시절, 그는 사제서품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다 같이 학교 축제 때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했고, 그 후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김 신부 앞으로 여러 차례 발송과 반송 흔적이 있는 우편물이 도착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서는 조직 적합성 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와 맞는 환자가 있어 기증을 요청하는 연락이었다.

김 신부는 “유학 중 본가 주소 변경 등으로 반송이 된 것 같은데 수소문해 다시 보낸 편지였다”면서 “내용도 굉장히 다급하게 찾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사제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다짐하고 사는데, 이렇게 찾아온 기회 앞에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환자에겐 지금으로선 자신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데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김 신부는 기증을 하겠다고 연락했다.

사흘간의 통원 후 2월 23일 입원, 24일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수술을 받은 김 신부에게 그 기간은 다른 어떤 날들보다도 멋진 날들이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선을 이룬다’(로마 8,28)는 말씀처럼 김 신부 또한 ‘나눔의 선물’을 받았다. 김 신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부터 시작해 교구청 사제들이 앞장서 본당에서 미사를 주례해 줬고, 수술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그와 환자를 위해 기도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나눔의 로또, 생명 나눔 기회에 당첨된다면 언제든 기증하고 싶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식받은 분들은 이식받은 날을 생일로 기억하며 살아간다고 해요. 새 삶이 시작된 날이니까요. 저의 며칠이 누군가에게 평범하고 소중한 내일을 보장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나눔이 또 어디 있을까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문의 02-532-6517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