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저 별은 나의 별, 우리의 별 / 최영균 신부

최영균 시몬 신부,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3-02 수정일 2022-03-02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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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목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그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나마 같이 살고 있는 보좌신부, 부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특히 우리 성당에는 하씨 성을 가진 중국인 부제가 있어 중국교회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번은 하 부제가 주님 공현 대축일과 관련한 강론을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인터넷 기사에서 본 것인데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찾기 위해 따라온 별에 대한 기록이 중국 역사서에도 있다고 중국 개신교 신학자들이 말한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표현한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는 부분이 중국 역사서에도 나타나고 있다니 참 흥미로웠다.

함께 그 기록을 찾아보니 기사 내용은 이렇다. 중국인들은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때 반드시 천상에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난다고 믿었다. 「한서 천문지」에 양력으로 기원전 5년 3월 9일부터 7월 6일경까지 혜성이 하늘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 예수님 탄생이 기원전 4년 정도이고, 헤로데 역시 그 무렵 죽었기 때문에 일부 개신교 신학자들이 중국 역사를 비교하면서 예수님이 태어나신 해가 기원전 5년쯤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과 성경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16세기 마태오 리치 신부는 중국 유교 경전에 있는 ‘상제’(上帝)라는 표현이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일컫는다며, 중국인들 문화 안에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이 이미 계신다고 주장했다.

이후 중국으로 파견된 예수회 회원들은 성경의 역사와 중국 역사를 비교하여 서로 관련성을 찾고 인류의 보편 연대기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즉, 홍수 이후 노아의 후손들이 흩어져 각 문명의 역사시대가 시작됐으며 바벨탑 사건 이후 하나의 언어가 각 지역의 언어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인뿐 아니라 모든 민족들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 하느님의 한 자손임을 예수회원들은 강변했다.

이러한 보편 연대기적 설명이 견강부회식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수백 년 전 중국으로 건너간 예수회원들이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인 중화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인들을 맞닥뜨린 상황을 생각하면 이러한 해법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리스도교는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과 공통된 뿌리와 진리를 공유한다는 것을 팩트체크 해주는 것만큼 강력한 공존의 근거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내가 그의 삶과 역사 안으로 녹아들어가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육화하고 공존하신 바로 그 이유 역시 그분의 진리를 우리 인간들에게 선물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상대방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고 싶을 때, 내가 보는 별은 우리의 별이 된다.

최영균 시몬 신부,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