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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27) 미사를 지루해하는 아이를 어떻게 하지요?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2-23 수정일 2022-02-23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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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시기 특성상 집중 어려울 뿐
유아들도 미사에 매력 느낄 수 있어

전례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느님 맛들일 수 있게 돕는 것 중요

유아방 아닌 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
전례 보고 느끼며 신앙 감각 길러져 

“네 살 아이와 함께 주일미사에 가려고 노력해봤어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기에 미사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집니다. 미사 중에는 미사가 언제 끝나는지 계속 묻는 아이 때문에 주변 신자들 눈치도 보이고, 떼를 쓰기라도 하면 아이를 달래려고 성당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해야 하고… 미사 드리는 게 이렇게 어렵다 보니 한동안은 미사참례를 쉬기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와 온전히 미사를 드릴 수 있을까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신앙 문화 안에서 키우려고 마음먹은 부모들은 종종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에 부딪히곤 합니다. 미사에 늦지 않게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허둥지둥하고, 놀이터를 방불케 하는 유아방에서 미사를 드리다 보면 혼이 빠지는 일이 허다하지요. 어쩔 땐 아이가 지루해하는데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아이에게 신앙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보채고 떼를 쓸지라도 아이가 미사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아이가 성당 공간과 분위기에 익숙해지기까지 부모의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정말 미사를 지루해할까요? 미사를 드리는 아이를 잘 살펴보십시오. 사제가 입은 제의나 사제의 행동을 보며, 신자들이 성체를 향해 절하는 것을 보며, 성상이나 유리화를 보며 아이가 관심을 가지거나 질문을 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사실 유아들도 하느님을 궁금해하고 미사에 매력을 느낍니다. 다만 시기적 특성상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처음과 같은 집중력으로 끝까지 버티기가 어려울 뿐이지요.

사실 아이들이 미사를 지루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것은 어른들의 통제와 야단에서 비롯됩니다. 아이가 미사 중에 주의가 산만해지고 힘들어한다면 의자 위에 서게 해도 좋고 부모가 안아 제대를 볼 수 있게 해주거나 자리에 앉은 채로 성경 그림책을 보게 해주어도 괜찮습니다. 전례에 크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미사를 친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 전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를 위해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첫째, 자녀와 함께 유아방이 아닌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려고 애쓰십시오. 아이들은 유아방을 먹어도 되고, 장난을 쳐도 되는 놀이공간으로 인식합니다. 그런 인식은 아이에게 정서적, 영성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지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 아이들은 신자들의 기도소리와 톤, 행동 등을 통해 신앙 감각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기도하고, 일어서고 앉기도 하며 행렬하고 노래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공동체를 몸소 체험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풍성한 정서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둘째, 영성체 때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 사제의 축복을 받도록 해주십시오. 영성체 때 그것이 어려웠다면 미사 후에 축복을 청해도 좋습니다. 사제의 손이 이마에 닿는 그 자체로 아이든 어른이든 거룩함을 감지하게 됩니다. 이때 아이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너에게 오는 거야”하고 속삭여 주면 아이가 그 축복을 귀하게 여기고, 하느님을 가까이 느낄 것입니다.

셋째, 평소에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하여 아이와 신앙 대화를 나누어보십시오. 하느님과 미사에 대한 이야기책이나 놀이책도 많이 있고, 유아용 동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사 후에 아이와 함께 성당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성당의 각종 장식과 사제의 움직임에 대해 아이가 하는 질문은 신앙 대화의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집에 있는 물건들을 이용하여 ‘미사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성당에서 드렸던 미사야” 하고 상기시켜 준다면 아이는 미사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미사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을 원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맛들이게 하기 위해 애쓰는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기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사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늦더라도 혹은 중간에 나가더라도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유아세례를 집전하며 “아기들이 울도록 내버려두십시오. 교회에서 우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아주 아름다운 강론이 될 수 있습니다”고 하셔서 큰 울림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교황님의 시선과 같이 우리 교회 공동체가 한 아이가 미사에 왔을 때 그 아이를 환대해주는 성숙함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수해주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을 지지해주리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