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 얼굴박물관 김정옥 관장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3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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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연극 인생에서 만난 수만 가지 얼굴 한자리에
해방 후 1세대 연극 연출가
조각·전통 탈·종교 작품 등
발품 팔아 모은 소품 전시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

평생 연극에 헌신한 김정옥 관장은 연극은 하늘과 땅, 낮과 밤, 인간을 조화롭게 창조하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해방 후 1세대 연출가로 국제극예술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이하 ITI) 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한국영화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연극계에 큰 획을 그은 김정옥(보나벤뚜라) 연출가. 현재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민예품들을 모아 놓은 얼굴박물관 관장으로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로 그의 나이는 90세다. 한평생 한국 연극계를 위해 헌신한 그는 지난 1월 빛의 화가라 불리는 김인중 신부(베드로·도미니코 수도회)에게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간’, ‘시간’, ‘인간’ 이 3가지 요소로 연극적인 세계를 꾸립니다. 여기서 간(間)은 모두 관계를 의미합니다. 갈등이 아닌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요. 이처럼 연극은 하늘과 땅, 낮과 밤, 인간을 조화롭게 창조하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관장에게 신앙은 곧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얼굴박물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김 관장은 연극을 위해 수집한 소품들이 모이면서 그 가치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에 2006년 얼굴박물관 문을 열었다.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 만든 민예품들을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의미였다. 박물관에는 조각과 전통 탈, 돌, 예술인들 사진 등 얼굴 위주의 작품부터 각 나라의 특징적인 문화, 종교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아울러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종합예술공간을 의미하는 ‘뮤지엄 시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극과 무용, 판소리 공연을 이곳 얼굴박물관에서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리나라 박물관이 처한 상황을 우려했다. 김 관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박물관 문화가 오래되지 않아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독려가 없다면 앞으로 사립 박물관은 모두 없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노년의 나이에도 전통과 현재를 잇는 박물관 관장으로서 활동하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 박물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20대에 연극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다양한 연극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자유롭고 친화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영어, 프랑스어, 일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그는 ITI에 우리나라를 가입시키며 우리나라 연극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밑거름을 만들었다. 1995년도에는 ITI 회장직도 맡았다. 김 관장은 “ITI를 연극을 통한 세계 평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도 내가 추구하는 바는 모두 ‘자유’와 ‘평화’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고(故) 이병복 무대미술가와 함께 1966년 극단 ‘자유’를 창립하기도 했다. 그는 극단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연희와 서구 연극을 조합하며 제3의 연극을 모색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영수 배우도 이곳 극단에 속해 있다. 김 관장은 “극단이 다음 세대에도 전해져 전통과 현재의 조화를 통한 새로움과 자유, 평화를 추구하는 연극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신앙인으로 새로 태어난 만큼 성경 공부도 병행하며 평화에 대한 시각을 더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